이명박 대통령이 31일 오후 경기 고양시 장항동 일산경찰서를 방문해 이기태 서장(맨왼쪽)에게 납치미수범의 조속한 검거를 지시한 뒤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고양/청와대사진기자단
일산 초등생 납치미수·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일산경찰서엔 31일 대통령을 비롯해 18대 총선 후보 등 거물 정치인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경찰의 안일한 수사태도를 꾸짖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경찰을 질책했다. 이 대통령은 “별일 아니니까 간단히 끝내려는 일선 경찰의 (안이한) 조처”라며 “일선 경찰이 너무 해이해져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금실 통합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도 지원유세 일정을 접고 주엽2치안센터를 찾았다. 강 위원장은 이기태 일산경찰서장을 만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 이렇게 선명하게 찍혔는데 어떻게 단순 폭행 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느냐”며 “경찰서 차원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검·경 라인을 제 사람으로만 심고, 대학생 집회에 경찰을 대거 투입하고, 대운하 반대 모임을 감찰하는 등 자꾸 딴 짓을 하는 사이 민생 치안은 뒤로 밀렸다”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고양 덕양갑)도 당 지도부와 함께 일산서를 찾아 “대화동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은 고양 주민은 물론, 모든 국민에게 큰 충격이다. 안양 초등생 피살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이 사건에서 경찰이 초동 대처를 못해 시간만 허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 서장은 “초동 조처가 조금 안이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정치인들의 잇따른 경찰서 방문을 두고 ‘전시성 호들갑’이란 시선도 없지 않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보고를 준비하고 의전에 신경쓰느라 수사에 오히려 방해가 됐을 것”이라며 “민생 치안에 정말 관심을 기울인다면 등록금 집회에 참석자의 두 배나 되는 경찰 인력을 투입하는 모습에 경고 한마디만 했어도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도 “뒤늦게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사건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강금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이 31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구 주엽2치안센터에서 이기태 일산경찰서장(맨 왼쪽)한테서 여자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에 대한 수사 상황을 들은 뒤 악수하고 있다. 고양/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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