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1일 정몽구 회장과 김동진 부회장에 대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내자, 현대·기아차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대차의 고위 관계자는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경영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 재판이 깔끔하게 끝나지 못한 채 다시 진행형으로 남게 돼 너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로 최근 활발한 모습을 보여온 정 회장의 행보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올해 들어 국내외 사업현장 방문과 여수 엑스포 홍보활동을 활발하게 해 왔다. 여기엔 정 회장에 대한 재판이 대법원 판결로 종결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판단도 한몫을 했다. 정 회장은 올해 들어 당진 현대제철소에만 다섯 차례나 방문하는 등 정력적인 ‘현장경영’에 나섰다. 지난 8일엔 현대차의 베이징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국외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았다. 또 오는 20~21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수행하기로 돼 있다.
정 회장과 함께 사실상 현대차 경영을 총괄해온 김동진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이 파기환송된 것도 현대차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2심 재판 뒤 이뤄진 그룹 인사에서 ‘총괄’이라는 딱지가 떨어지며 위상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현대차의 대표이사로서 경영의 구심 노릇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유로 볼 때, 새 항소심 재판부에서 뇌물을 받은 정대근 전 농협 회장처럼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럴 경우 현대·기아차 경영 구도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을 충분히 존중하고 앞으로도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이라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며 “사건이 다시 고등법원으로 되돌아갔으므로 8400억원 사회공헌기금 출연과 사회봉사 명령 이행도 일단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