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국회의원 만든다는 약속 믿고 MB 도왔건만…”
김무성 의원과 서청원, 홍사덕 전 의원 등 친박연대 및 친박 무소속연대 당선인들은 지난 16일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뒤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 집을 찾았다. 배드민턴을 치고 돌아온 김 전 대통령이 이들을 반갑게 맞아 한 마디를 했다.
“총선날 이재오 이방호 떨어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아서 그날 밤에 잠이 안오더라.”
무엇이 김 전 대통령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왜 그렇게 미워할까? 상도동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가 익명을 전제로 사연을 전해 주었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재야 시절부터 김영삼 총재와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물적 지원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1996년 신한국당 공천을 받을 수 있던 배경에는 여권 실세였던 김현철씨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다.
그런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때 상도동을 찾아와 이명박 후보를 도와 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책임지고 김현철씨는 국회의원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 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심지어 김덕룡 의원까지 이명박 후보 쪽으로 돌려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대선이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끝났지만,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분노했다. 김 전 대통령은 3월19일 부산 김무성 의원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의와 절개, 지조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 김현철씨의 국회 진출에 대해 그렇게 적극적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의 요즘 심사는 “당신들이 약속을 해놓고, 왜 당신들이 지키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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