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첫 고위당정협의가 열린 1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한승수 총리와 이야기하던 중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첫 당정협, 추경편성·한-미 FTA·혁신도시 등 파열음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추경예산 편성, 한-미 자유무역협정, 혁신도시 등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극심한 견해차가 표출됐다. 당정은 18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한승수 국무총리, 류우익 대통령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으나 한나라당이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현안들을 두고 제동을 걸었다. 정부 출범 직후부터 당정 사이 의견대립에 따른 국정 난맥상이 표출된 것은 전례가 드물다.
정부는 이날 내수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꾸려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한나라당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인플레이션과 국가채무 확대를 부를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회의에서 “작년 세계잉여금 15조3천억원을 지방교부세 정산과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투입하고 남은 4조8천억원 가운데 3조원을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재정지출에 쓴다면 경제성장률이 0.2% 상승할 수 있다”며 추경편성을 요청했다. 이 방침은 이명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모든 경제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것보다 감세를 통해 내수 진작을 하도록 하는 게 맞다”며 추경 편성을 반대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또 “방만한 재정운용을 막고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높이고자 국가재정법을 개정했는데, 추경을 위해 이 법을 고치자고 한다면 문제가 있다”며 추경 편성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에도 반대했다. 이에 한승수 국무총리는 “당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했다. 앞으로 긴밀히 협의하자”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정부는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요청했으나 한나라당은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요구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보완대책을 발표했다고 하지만 우리도 모르고 있다. 그것으로는 약하고 훨씬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당이 피해 주민에 대한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할 테니 정부가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움직임을 놓고도 의견이 맞섰다. 강재섭 당대표는 “정부가 당정협의도 하지 않은 채 설익고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쏟아내 국민 혼란과 불편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부산 혁신도시 기공식에 참석하지 않은 사실을 거론하며 엄중히 경고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에 한 총리는 “혁신도시 효과가 과장됐다는 감사원 지적이 문제로 지적돼 보완정책을 점검하고 있는 상태이지 정부 정책 변경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0교시 허용’ 등 학교 자율화 방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민주적 절차와 교육적 배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자율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문제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날 당정협의회에는 정부 쪽에서 한 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당에서는 강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1∼5정책조정위원장 등이 각각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정무수석, 곽승준 국정기획수석 등이 참석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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