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가 밝힌 ‘MB가 미 대선주자 안만난 이유’
이명박 대통령이 15~20일 미국 방문 기간에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만나지 않은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밝혔다.
유 장관은 23일 밤 방송된 <한국방송> ‘단박인터뷰’에 나와 “(이 대통령이 미국의 유력 대선후보들을)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 기자들이 (민주당 경선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한테 ‘당신 한-미 자유무역협정 문제 얘기했느냐’고 물어볼 것 아니냐”며 “(그들이) 안 했다고 해도 후보로선 손해고 했다고 하면 찬반 여부를 물어볼 것이고, 반대했다고 하면 본의 아니게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히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현명하지 못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 대통령 방미 기간 차기 유력후보들을 접촉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주미 대사관과 (외교부) 본부에서 다 준비를 했는데 내가 보류시켰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상원의원은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 의회 동의에 반대 견해를 거듭 밝혀온 바 있어, 이 대통령이 이들을 접촉하는 게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의회 동의 여부를 둘러싼 미국 내 논란을 증폭시키는 ‘긁어부스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유 장관은 “그래서 나중에 서신 교환 등을 통해 (대선 후보들과) 의사소통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이번 방문기간 중에 오바마와 힐러리 상원의원을 면담하지 않고 돌아온 것과 관련해 억측이 나돌았다. 특히 이 대통령의 방미일정은 비슷한 시기에 방미해 이들 유력 대선후보를 면담하고 돌아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비교됐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만 이들을 못 만난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유 장관의 이날 설명은 이에 대한 나름의 해명으로 보인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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