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로 궁지 몰린 청와대 ‘집안부터 단속’ 나서
첩보작전 펴듯 접촉해 성사
첩보작전 펴듯 접촉해 성사
이명박 대통령이 결국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박 전 대표를 포용하지 않고서는 ‘지지율 20%대’로 상징되는 초유의 국정초반 민심이반 상황을 넘기 어렵다고 청와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회동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통 보안’ 속에 추진됐다고 한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한두 명의 밀사가 비선라인으로만 내밀하게 접촉해 양쪽 핵심 측근들도 회동 추진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사전에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사실이 8일 언론보도로 흘러나오자 양쪽 모두 발칵 뒤집혔다. 한나라당의 고위 관계자는 “양쪽의 공식 창구를 통한 의사소통에서 뭔가 문제가 발견돼 지금까지와는 다른 통로로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쪽은 두 사람이 회동에서 얘기할 구체적인 의제에 대해서도 사전에 조율을 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결과가 잘될 것으로 본다”고 밝게 전망했다.
두 사람이 만나면 박 전 대표는 ‘복당 문제’를 최우선으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친박연대 또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인사들의 ‘조건 없는 전면 복당’을 누누이 요구해 왔던 터다. 청와대도 이 문제에 상당히 긍정적인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박 전 대표에게 회동을 요청한 것은 꼬일대로 꼬인 정국의 매듭을 풀자면 먼저 여권 내부의 ‘집안 단속’이 최우선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대운하 반대에 이어 ‘광우병 발생시 즉각 수입중단’ 의견을 밝히는 등 번번이 청와대에 어깃장을 놓는 상황에서는 정국수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원내대표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정치가 복원되지 않으면 민심을 수습할 수 없고 정치를 복원하려면 박 전 대표를 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견을 지난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국의 엄중함에 대한 위기의식은 한나라당에서도 분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운영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곧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당직자는 “쇠고기 정국 대처 과정에서 각 부처간의 정책조정은커녕, 의사소통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전재희 최고위원은 국무총리실의 부처 정책조정 기능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정부 들어 국무총리실의 정책조정 기능은 청와대로 이관된 상태다. 강재섭 대표는 김학송 전략기획본부장에게 현재의 국정운영 시스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뒤 강재섭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국정운영 시스템 개선 방안을 전달하기로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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