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아래)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며 상경한 이재오 의원의 거취에 한나라당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의원은 20여일 동안 지리산 칩거를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지난 12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안상수 당 대표-정의화 원내대표’ 카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 전까지 대세론처럼 보이던 ‘박희태 당 대표-홍준표 원내대표론’은 한순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의원이 이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데는 배경이 있다. 그는 그동안 박희태 의원 등 원로그룹과 의견이 맞서다 이 대통령한테 외면당했던 당내 정치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4·25 재보선 패배로 강재섭 대표 퇴진론이 불거졌을 때, 이 의원은 “강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 의원 대신에 “경선을 잘 관리할 사람은 강 대표밖에 없다”는 원로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경선 뒤 박 전 대표 쪽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완전 배제론’을 주장하는 이 의원의 목소리는 ‘화합·포용론’을 주장하는 원로그룹한테 묻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이 ‘박희태 대표론’을 꺾고자 ‘안상수 대표론’을 들고나왔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16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내가 대통령을 만났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회동 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이 의원 쪽은 아예 당내 정치에서 이 의원이 일정한 역할을 꾀한다는 관측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한 측근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은 품고 있지만, 뒤에서 뭘 하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 연수를 떠나려고, 19일에 비자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 의원이 5월말~6월초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측근 의원도 “어제 이상득 국회 부의장을 만나 거취와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형님한테 다 맡기고 가겠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29일 뒤 간담회 등을 통해 자신의 거취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