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국무총리(오른쪽)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회동을 하기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자카르타/연합
화기애애 시간 20분 늘려
이총리 “가장 좋은 결과 낳아”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23일(현지시각) ‘자카르타 회동’은 예정보다 20분 남짓 길어진 40여분 동안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양자회담장 안쪽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총리는 김 위원장이 들어서자 환하게 웃으며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으며, 김 위원장도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 총리는 김 위원장의 나이가 77살인 점을 감안한 듯 “고명을 많이 들었습니다. 뵙게 돼 영광입니다”라며 깍듯이 인사했고, 김 위원장은 사진기 플래시가 잇따라 터지자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여러번 찍어도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총리가 이어 “한반도에서 위원장 말씀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외세에 의해 국토가 양단됐는데 낯선 이국땅에서 상봉하니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원통스러운 마음도 든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총리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당국회담과 북핵 6자 회담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며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료 지원, 6·15 공동선언, 조류독감, 북관대첩비 등 4가지는 반드시 언급할 요량으로 수첩에 직접 메모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과의 만찬에서도 “회동을 앞두고 만남이 성사될 경우 좋을 경우와 나쁠 경우,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괜찮을 경우와 나쁠 경우 등 4가지 상황에 대비했다”며 “가장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4가지 상황 가운데 최악의 경우에 직면하면 ‘한반도가 아닌 제3국인 이곳에 와서도 못 만나게 됐다. 이는 우리의 역사적 한계’라고 언급하려고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회동이 성사되기까지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도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이날 회동은 누가 먼저 제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도네시아가 양쪽의 의견을 타진하며 메신저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의 회동을 제안받고 “김 위원장이 바쁘니 상의한 뒤 내일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밝혀, 이 총리는 북한의 답변을 하루 동안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이 회동 전날 10여분간 화기애애하게 환담한 것도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총리는 “전날 김 위원장을 만나러 갈 때 김 위원장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고 있어 가만히 서서 5분을 기다렸다”며 “김 위원장에게 ‘제가 대한민국 총리입니다’라고 인사하자, 김 위원장이 ‘감옥도 다녀오시고 열정적인 삶을 사신 분’이라고 말했는데 이때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예감했다”고 소개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이총리 “가장 좋은 결과 낳아”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23일(현지시각) ‘자카르타 회동’은 예정보다 20분 남짓 길어진 40여분 동안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자카르타 컨벤션센터 양자회담장 안쪽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 총리는 김 위원장이 들어서자 환하게 웃으며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으며, 김 위원장도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 총리는 김 위원장의 나이가 77살인 점을 감안한 듯 “고명을 많이 들었습니다. 뵙게 돼 영광입니다”라며 깍듯이 인사했고, 김 위원장은 사진기 플래시가 잇따라 터지자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여러번 찍어도 괜찮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총리가 이어 “한반도에서 위원장 말씀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말하자, 김 위원장은 “외세에 의해 국토가 양단됐는데 낯선 이국땅에서 상봉하니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원통스러운 마음도 든다”며 공감을 표했다.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총리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당국회담과 북핵 6자 회담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며 “좋은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료 지원, 6·15 공동선언, 조류독감, 북관대첩비 등 4가지는 반드시 언급할 요량으로 수첩에 직접 메모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기자들과의 만찬에서도 “회동을 앞두고 만남이 성사될 경우 좋을 경우와 나쁠 경우,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괜찮을 경우와 나쁠 경우 등 4가지 상황에 대비했다”며 “가장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4가지 상황 가운데 최악의 경우에 직면하면 ‘한반도가 아닌 제3국인 이곳에 와서도 못 만나게 됐다. 이는 우리의 역사적 한계’라고 언급하려고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회동이 성사되기까지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도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은 “이날 회동은 누가 먼저 제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인도네시아가 양쪽의 의견을 타진하며 메신저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의 회동을 제안받고 “김 위원장이 바쁘니 상의한 뒤 내일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밝혀, 이 총리는 북한의 답변을 하루 동안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와 김 위원장이 회동 전날 10여분간 화기애애하게 환담한 것도 대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 총리는 “전날 김 위원장을 만나러 갈 때 김 위원장이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고 있어 가만히 서서 5분을 기다렸다”며 “김 위원장에게 ‘제가 대한민국 총리입니다’라고 인사하자, 김 위원장이 ‘감옥도 다녀오시고 열정적인 삶을 사신 분’이라고 말했는데 이때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예감했다”고 소개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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