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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투표 미뤄 달라” “빨리 끝내라” 실랑이

등록 2008-05-23 19:24수정 2008-05-23 22:24

투·개표 현장 긴장감 팽팽
민주, 의원 참석 저조 당혹
“6표가 모자라….”

23일 오후 4시50분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이 이뤄진 국회 본회의장. 투표함 앞에 서 있던 선병렬 통합민주당 의원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같은 당 의원들이 모인 쪽을 향해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놓지 못했던 민주당 의원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임채정 국회의장이 해임건의안 부결을 공식선언하며 의사봉을 내려쳤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단상으로 걸어 나가 “해임건의안이 부결돼 정 장관은 계속 일을 하겠지만, 수입 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하지 않으면 책임도 벗어날 수 있다. 협상 총책임자인 이 대통령의 결단이 남았다”고 외쳤다. 본회의에 불참한 한나라당은 같은 시각 최고·중진 연석회의를 열어 “해임건의안 부결은 민주당 안에서도 쇠고기 협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연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이라며 임시국회 재소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의장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이날 해임건의안 부결엔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본회의에 앞서 연 의원총회에 출석한 의원이 105명에 그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도착하지 않은 의원들한테 전화를 걸어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오후 2시54분 임채정 의장이 개의를 선언했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의 제안 설명에 이어, 오후 3시30분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차례로 무기명 투표에 나섰다. 4시10분 최재성 민주당 원내 대변인이 임 의장한테 “5분만 투표를 미뤄 달라. 장경수 의원이 병원에 갔는데 지금 온다고 한다”고 읍소했다. 임 의장이 “의원 한 명 때문에 일일이 기다려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본회의장 상황을 점검해 당 지도부에 보고하던 심재철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언제까지 투표할 거냐. 이제 끝내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나도 아직 투표 못 했다. 투표 안 한 사람이 본회의장에 있으니 기다려 달라”며 당 지도부의 시간 벌기를 거들었다. 4시34분 장경수 민주당 의원이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한 표가 아쉬워 속이 타들어가던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연 작전을 펴던 이종걸 의원과 장 의원을 끝으로 투표는 마무리됐다. 총 투표수는 의결정족수인 재적 과반보다 3표가 많은 149표가 됐지만, 찬성표는 140표에 그쳤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까지도 해임건의안 대응책을 결정하지 못했다. 오후 2시 의원총회에 70여명이 모여 격론을 벌인 끝에 “해임건의안 처리에 들러리를 설 필요가 없다”며 본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조혜정 김태규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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