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자동차 재협상 하자면 어떡하려고”
버락 오바마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한 것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자 판이한 해석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오바마 발언’이 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서둘러 통과시켜야할 명분을 제공했다고 말한다. 신임 원내대표인 홍준표 의원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에 엄청 유리한 협정이라고 미국이 불만을 터뜨린 것 아니냐. 그렇다면 우리가 빨리 이번 임시국회 회기 중에 처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 오바마가 당선 뒤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펼친다.
신임 정책위의장인 임태희 의원은 “국제외교에선 이미 합의한 협상안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부담을 지는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민주당은 오바마의 발언이 “미 의회의 비준 상황을 보아가며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당의 기조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 비준론자인 송영길 의원도 “비준의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시장을 내주고도 미국의 비준을 이끌지 못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책임”이라며 “우리 국회의 조기 비준이 미국 의회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송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비준을 먼저 해버리면, 나중에 미국은 자동차 부문을 재협상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유럽연합(EU)과의 에프티에이를 서두르는 것이 미국 의회를 압박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각도는 달리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오바마의 발언으로 이명박 정부의 통상·외교 정책이 다시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어차피 미국 쪽에선 해줄 생각도 없는 자유무역협정을 서두르느라 쇠고기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했다는 비판론이 또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중진 의원도 “미국은 냉정하게 국익과 실리를 위해 움직이는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이념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짚었다.
이유주현 김태규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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