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사정 있지 않겠나” 곤혹감 드러내
한나라 “좀더 기다려보자” 직접 반응 삼가
한나라 “좀더 기다려보자” 직접 반응 삼가
정부가 미국에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출 중단을 미국에 요청한 데 대해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공개적으로 부정적 의사를 밝히자, 나름의 처방으로 국면 전환을 기대했던 정부·여당이 당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청와대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상황을 미국 정부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도 이를 이해하고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다”며 한껏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런 기대가 무참히 꺾이자,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난감함이 흘렀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외교부나 농수산식품부에 물어보라”며 아예 답변을 피했고, 다른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미국이 좋게 좋게 넘어가주면 좋겠지만, 미국도 자국 축산업자들이 있는데 여러 사정이 있지 않겠나”라며 실망감을 에둘러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의 요청이 ‘외교적 관례’를 넘어선 것이라, 미국의 부정적 반응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국가로서 이렇게 하면 사실 곤란한 것이었는데 …”라며 우리 정부의 ‘결례’를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대미관계 담당 부처인 외교통상부는 버시바우 대사가 외교가에서는 좀체 보기 드물게 직설화법으로 한국 정부 조처에 유감을 표시하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외교통상부는 유 장관과 버시바우 대사의 면담 결과와 관련한 한 장짜리 ‘보도자료’만 기자들한테 나눠주고는 관례와 달리 별도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노 코멘트”(따로 할 말이 없다)로 일관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버시바우 대사가 (기자들 앞에서)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며 곤혹스러워했다.
이날 오전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외교부 장관이 직접 버시바우 대사를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던 한나라당은 “좀더 기다려보자”며 직접적 반응을 삼갔다. 김정권 한나라당 원내공보부 대표는 “미국 대사 입장에서야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우리로선 계속 재협상을 촉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의 사정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입장이 있다는 것이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이번 만남은 우리나라가 얼마나 곤란한 상황에 있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어떻게 한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미국을 설득해나가겠다는 자세인 것이다. 이유주현 이제훈 황준범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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