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 잘못’ 경질 기정사실화
이번주중 후임자 발표할 듯
이번주중 후임자 발표할 듯
9일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박 비서관과 함께 청와대 인적쇄신 대상으로 지목돼 온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거취가 관심을 끈다.
애초 청와대에는 “류 실장의 경질 가능성이 낮다”는 기류가 강했으나, 지난 6일 류 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일괄사표를 내고 박 비서관 사퇴까지 현실화하면서 ‘대통령실장 교체론’도 힘을 얻는 모습이다.
류 실장은 이날 오후 수석비서관과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확대비서관회의를 소집해 “흔들리지 말고 주어진 책무를 다하자”고 당부했다. “각 비서관실 직원들이 긴장감을 갖고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도 했다. 류 실장은 지난 7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한 인터뷰를 통해 “욕심 없는 줄 알고 기용했으나, 민비 같은 존재”라고 비난한 것을 의식한 듯 “이런 와중에 당청간에 잡음이 나오고 국민들을 짜증스럽게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청와대 안팎에서 류 실장 책임론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쇠고기 정국이 지금에 이르도록, 최고 참모로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무적 감각이 떨어지는 ‘교수 비서실’”이라는 비판의 핵심에는 류 실장이 있다. 최근 정국의 책임을 놓고 경제, 민정, 정무, 외교안보 수석 등이 두루 거론되지만, 결국 이를 조율해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도록 한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 쪽에서는 오래 전부터 심각한 민심 상황을 보고해 왔는데, 대통령에게 이것이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것은 류 실장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무수석 쪽에서 ‘쇠고기 자율규제로 민심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대처하려 할 때 대통령실장이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류 실장이 모든 정보를 자기 손에 쥐려 한 게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류 실장은 최근 ‘대통령께 올라가는 모든 보고는 대통령실장을 거치도록 하라. 긴급한 사안이라 직접 보고하더라도 실장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내용을 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실장은 특히 ‘고소영’ ‘강부자’로 표현되는 이명박 정부 초기 내각·청와대 인선에도 관여했던 인물로 ‘인사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류 실장을 옹호하는 쪽에서는 “‘비서는 입이 없다’는 정신으로 묵묵히 일하다 보니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고, 실장으로서 정보 공유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라는 반론도 나온다. 류 실장이 경질될 경우 후임자로는 맹형규·권오을·윤여준 전 의원 등이 거명된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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