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총리제안 한적 없어”…친박쪽도 불쾌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수록 ‘박근혜 총리론’이 여권에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으로 찍혀 헤매던 4년 전, 박 전 대표의 눈물이 한나라당을 구해냈던 것처럼, 이번에는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한테 ‘잔다르크’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때문이다.
11일 청와대와 박 전 대표 쪽 얘기를 들어보면, 양쪽에 구체적인 제안이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박근혜 총리론’은 여러 대안 중 하나지만 어떤 제안을 한 적은 없다”고 말하고, 박 전 대표 쪽도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날 점심을 함께 한 허태열·이혜훈·이성헌·유정복 의원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은 청와대의 정식 제안 없이 자꾸 총리설이 나도는 것에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박 전 대표가 꾸준히 총리감으로 오르내리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국정 경험을 쌓을 기회가 필요하고, 이 대통령은 국면전환 카드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신뢰가 없더라도 ‘거래’가 가능한 구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러한 ‘거래’가 성사되려면, 전제조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공개적으로 ‘박근혜 총리’를 입밖에 냈던 남경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표가 총리가 된다는 것은, 앞으로 이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선언하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에게 장관 인사권 등 권력을 나눠주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 한 측근도 “인사권 등 총리의 권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박 전 대표가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빅딜’이 가능하려면, 역시 ‘신뢰’의 문제가 도돌이표처럼 따라온다. 박 전 대표 쪽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실현하는 ‘실세 총리’를 하려고 할 텐데 이것은 근본적으로 이 대통령과 충돌할 수 밖에 없고, 이 대통령 측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쪽에선 부담감도 따른다. 한 핵심 측근 의원은 “아무리 ‘박근혜’라고 하더라도 경제 위기 등 지금의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만약 ‘실패한 총리’가 되면 5년 뒤 대권도 멀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박근혜 총리론’은 정치공학적인 발상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명박 정부를 지켜줄 보수층의 결집을 위해 ‘박근혜 총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단지 우파의 논리일 뿐 국민의 뜻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성연철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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