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쏟아지는 많은 비판 가운데 하나는 “지방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다 돼가지만 이렇다할 지역발전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혁신도시 재검토, 각종 규제완화, 공기업 민영화 등에 열을 올리느라 지역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불만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터져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지역 균형 발전을 언급하지 않았다. “국토의 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고자 한다. 해양지향, 광역화는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한 게 전부다. 서울시장 출신으로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하고, 수도권의 강력한 지지로 당선된 이 대통령이 ‘지방을 홀대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새 정부가 현재까지 내놓은 지역 정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나온 ‘5+2 광역경제권’ 구상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인수위 시절 수도권 규제 완화나 영어교육 강화 등의 조처에 “지방은 버렸냐”는 지적이 잇따르자 서둘러 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광역경제권은 여전히 ‘구상’일 뿐, 구체적 사업 내용이나 추진 기구 구성, 일정, 예산 등 계획은 감감 무소식이다.
청와대는 광역경제권 구상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방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준비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새 정부는 로드맵이 중요하지 않다. 이제 필요한 건 실행계획”이라며 탄탄한 준비와 즉각 실행에 자신감을 보인 것에 견줘볼 때, ‘지역 정책은 준비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에서 지역 정책은 국정기획수석실의 국책과제 2비서관실(비서관 1명, 행정관 8명)이 맡고 있다. 정무수석실 산하 행정자치비서관실(비서관 1명, 행정관 8명)도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 업무를 관장하면서 지역 정책을 돕고 있다. 실질적인 업무는 30여명으로 이뤄진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균발위·위원장 최상철)가 주무를 맡고 있다. 청와대 국책과제2비서관이 균발위의 기획단장을 겸하고 있다.
청와대는 애초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균발위를 폐지하려 했으나, 국회가 여야 합의로 존치하기로 하면서 살려뒀다. 행정수도 건설에 반대한 ‘수도이전반대 국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최상철 서울대 명예교수를 균발위원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도 지방분권 운동 단체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의지가 없다”고 비판한다. 그나마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에야 10여명의 균발위원들을 위촉했고, 균발위는 다음달 2일에야 위촉식과 함께 본격 활동에 들어가기로 하는 등 ‘거북이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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