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절반도 안돼 감사원장 내정…“대법원 독립성 훼손”
청와대가 김황식(60) 대법관을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을 두고 최고법원의 지위를 흔드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는 20일 성명을 내어 “대법원 역사에 또 하나의 치욕으로 남을 일”이라며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청와대가 대법원의 독립성과 위상을 존중한다면 내정을 취소해야 하며, 김 대법관도 제안을 거절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판의 배경에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현직 대법관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덥석 잡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김 대법관은 임기(6년)를 절반도 채우지 않았다. 1993년 이회창 당시 대법관이 임기를 넉 달 남기고 감사원장으로 간 일이 있지만, 당시 ‘대쪽’ 이미지였던 그와 문민정부 초기의 사정 드라이브가 맞아떨어진 인사였다는 평가가 많았다.
법원 안에서도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법원 고위인사는 “대법관은 더는 오를 자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일해야 하는데, 도중에 행정부 요직으로 옮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이 지난달 15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과 국가발전을 위해’라는 주제로 특별기도를 진행한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대법관들은 좀처럼 정치인들이 모이는 자리나 대형 종교행사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전남 장성 출신인 그를 낙점한 것은 ‘호남 배려’라는 설명도 있지만, 이면에 ‘종교 코드’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대법관은 올해부터 법조계의 기독교인 모임인 ‘애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보수 성향의 김 대법관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아끼는 고교(광주일고) 후배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 정권에서 임명된 대법원장과 청와대 사이의 ‘교감’이 거론되기도 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