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대 출마자들의 내각개편 의견
최고의원 출마자 8명 모두 “대폭 개각” 촉구
‘강만수 경질론’ 확산…청와대는 ‘유임’ 무게
‘강만수 경질론’ 확산…청와대는 ‘유임’ 무게
조만간 단행될 개각을 앞두고, 한나라당 안에서 ‘강만수 경질론’이 번지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우 기름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고환율 드라이브를 걸다가 물가 앙등을 초래하는 등 최근 국정 난맥상에 ‘실체적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23일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시선집중’에 출연해 “(청와대가 개각을) 좀 시원하게 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행자가 기획재정부 장관의 거취에 관해 묻자 “구체적으로 어느 장관을 바꾸라고 말하는 건 어렵지만 국민들이 바라는 수준이 있으니 그런 걸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7·3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도 최근 <한겨레>와 벌인 설문에서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박희태 후보는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인적쇄신이 대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허태열 후보도 “촛불시위가 잠잠해진다고 해서 머뭇거리거나 은근슬쩍 넘어가선 안 된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전면 개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성진 후보도 “장관들에게 책임을 물어서가 아니라, 지금은 국민들과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기 때문에 조각 수준의 개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는 사석에서 익명이 전제될 경우 ‘강만수 장관’을 콕 찍어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한 중진 의원은 “강 장관은 정부가 금리·환율 정책 등에 일일이 개입하려는 태도를 취하게 해 기업·금융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고 비판했다. 한 고위 당직자도 “대선 때 아무리 ‘747’공약으로 표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여건이 변화했다면 목표를 수정하는 유연함을 보였어야 한다”며 “대선 공약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강 장관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어느덧 강 장관의 교체는 내각 쇄신의 가늠자가 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청와대의 기류는 사뭇 다르다. 강 장관에 대해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임’과 ‘경질’ 주장이 맞섰으나,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에서 ‘강 장관 유임’을 강하게 암시하면서 ‘유임’을 예상하는 쪽이 많아졌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경제부처 장관의 책임론과 관련해 “문제될 때마다 사람을 바꾸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없다”며 사실상 ‘유임’ 쪽에 무게를 실어준 바 있다. 청와대의 변화를 감지한 듯, 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 또한 ‘강만수 유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 일부에서 경질을 주장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내각을 흔들 경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어차피 오는 11월쯤 개각이 예상되기 때문에 좀더 두고 본 뒤, 그래도 바꿔야겠다고 생각되면, 그때 바꿔도 늦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권태호 기자 edigna@hani.co.kr
이유주현 권태호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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