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유엔식량기구 등 국제사회의 원조확대에 동의함에 따라, 29일 미국의 원조선이 싣고온 3만7천톤의 밀 하역작업이 북한 남포항에서 벌어지고 있다. 세계식량계획 제공/AP 연합
대북정책 논의 소외되고
북쪽서도 “분열부” 비판
‘옥수수 딱지’ 뒤 더 궁색
북쪽서도 “분열부” 비판
‘옥수수 딱지’ 뒤 더 궁색
“더이상 뭘 하겠습니까?”
정부 고위당국자는 1일 통일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남북 당국간 대화 복원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자세를 기대하는 질문에 이렇게 탄식을 섞어 답했다.
그것도 그럴 법하다. 통일부는 옥수수 5만t을 북한에 제공하겠다고 거듭 제안했으나 북쪽은 “받을 생각이 없다”는 태도다. 통일부는 7월 중순까지 기다려보다가 답이 없으면 옥수수를 국제기구에 기탁하기로 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북-미 관계의 진전과 달리, 우리 정부는 북쪽한테서도 외면당하는 궁색한 현실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통일부 처지는 한층 딱하다. 옥수수 지원방안은 통일부가 남북관계 타개책으로 삼자며 범정부 차원의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에 두 차례나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던 끝에 가까스로 정부 내부 설득에 성공했는데, 북쪽의 썰렁한 반응에 부닥친 것이다.
실제로 통일부는 남북 양쪽에서 샌드위치 신세다. 남쪽에선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 반면에 북쪽한테는 ‘통일부가 아닌 분열부’란 비판을 받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선 새 정권 들어 남북관계를 한-미 동맹의 하위개념으로 간주하면서 대북 정책의 추진 중심이 외교부로 옮아갔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정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폐지될 뻔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조직은 본부 인원 290명 중 80명이 감축됐고, 본부 40개팀이 24개과로 통폐합됐다. 통일부 관료들은 “현재 통일부는 중환자실에서 회복실로 옮겨진 환자”라고 표현한다.
실제 정책 논의에서도 종종 소외된다. 노무현 정부 때는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대북 정책 등을 총괄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외교부 장관이 의장직을 맡는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신설했다.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때 ‘남북연락 사무소 설치 제안’ 때도 통일부 당국자들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김하중 장관의 6·15 선언 8돌 기념식 참가도 청와대 참모 등의 반대로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한 청와대 비서관이 김하중 장관의 축사 문구를 ‘수정’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쪽에선 ‘일개 비서관이 …’라며 볼멘소리들이 나왔다.
이를 두고선 김 장관이 제구실을 못한 게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찾아온 김하중 장관한테 “하루를 해도 장관”이라며 자리에 연연해 말고 소신껏 남북관계를 풀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장관 취임 초에는 그를 한껏 격려하며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통일부는 남북대화가 끊기자 통일교육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맞춘 통일교육의 방향 전환 시도가 북쪽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북쪽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5월24일 ‘통일부가 아니라 분열부’라고 비난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를 두고선 김 장관이 제구실을 못한 게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찾아온 김하중 장관한테 “하루를 해도 장관”이라며 자리에 연연해 말고 소신껏 남북관계를 풀라고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장관 취임 초에는 그를 한껏 격려하며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통일부는 남북대화가 끊기자 통일교육에 치중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맞춘 통일교육의 방향 전환 시도가 북쪽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북쪽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5월24일 ‘통일부가 아니라 분열부’라고 비난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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