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1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의 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정세균 민주당 새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만나고 나온 뒤 청와대 자료유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김해/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봉하마을 찾은 정세균 대표등 민주당 지도부 만나
“복당하라고 안 그러더라” 농담 아닌 농담 건네기도
“복당하라고 안 그러더라” 농담 아닌 농담 건네기도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1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찾았다.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뒤 1년5개월 만의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이 당을 떠난 뒤에도 민주당(이전의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은 여전히 노 전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했다. 대선과 총선에서 ‘노 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실패 세력’이라는 한나라당의 공세를 의식해 노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최대한 지우려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182석의 거대여당 한나라당의 독주를 온몸으로 막아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뿐 아니라 노 전 대통령까지 아우르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실정으로 국민적 ‘향수’를 자아내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안희정 최고위원의 당선은 노 전 대통령의 ‘실체’를 확인시키는 동시에,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과 자동적으로 화해하는 계기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제가 다시 만날 지도부가 (당선)돼서 정말 다행”이라며 정세균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참여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뜻있는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했던 것에 대해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부로 정치적 복권의 첫 절차를 밟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쓴소리도 던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5년 단결을 잘하는 한나라당이 정말 부러웠다”고 운을 뗀 뒤 “통합이라는 이름을 아무렇게나 쓰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모두를 위한 통합이 돼야 한다. 특히 경상도 빼고 자기들끼리의 통합이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남 개혁세력을 아우르지 못하는, 민주당 내 ‘영남 소외’를 지적한 것이다. 또 “전당대회에 초청 못받은 게 아쉽고 유감스러웠다”며 섭섭함도 드러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전당대회에 초청을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사과한 뒤 “안희정 최고위원의 공약이 ‘김대중 노무현 두 분 사진을 당사에 걸겠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은 “오늘 나보고 복당하라고 안 그러더라. 당 논의가 안 됐는지 모르겠는데, 복당 제의받은 적 없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네며 지도부를 배웅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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