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춘추관 ‘깜짝 방문’ 30분동안 간담회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독도, 금강산 사태를 해결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릴 것이나, 시간이 걸려도 적당히 해결하기보다 원칙에 맞게 해결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예고 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깜짝 방문’해 30여분 동안 선 채로 즉석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렇게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 “무장하지 않은 여성 관광객을 뒤에서 쐈는데 이는 남북문제를 떠나 국가간 통상적인 원칙에도 벗어난 것”이라며 “북한이 (이 사건을) 다른 남북관계와 결부시킬 게 아니라, 인정할 건 인정하고 북한이 뭔가 그에 대한 확실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 확실히 그런 문제가 없도록 정부 대 정부, 당사국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이 공동조사 요구에 답변이 없는 데 대해서도 “(북한이) 역사적으로 그런 데 대해선 답변이 잘 안 나온다”고 지적한 뒤, “한-미, 한-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은데, ‘통미봉남’ 같은 것은 있을 수 없고, 북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9월 도쿄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중-일 정상회담은 우리가 제안한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두고 보자”고 말했다. 이는 독도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의 ‘재검토’ 입장에 비해 ‘참석’ 가능성을 높게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지난 4월 미국 방문 당시,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이 대통령을 만날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매케인 후보가 근처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으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며 “누구는 만나고 누구는 안 만나기 뭣해서, 한국에 온 뒤 양쪽에 편지를 썼고, 만나자는 쪽에는 정중하게 못 만난 이유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 밖에 지방 개발 방안에 대해 “나는 ‘선지역(발전), 후수도권 규제 합리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제는 광역으로 해야 하고 개개 혁신도시가 어떻게 되느냐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공기업 선진화 후퇴’ 지적에 대해선 “결과로 보면 된다”며 “경제가 어려울 때 욕을 먹더라도 경쟁력을 많이 올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아들 시형(30)씨의 한국타이어 입사와 관련해 “가장 안전한 데 보냈다”며 “어디를 보내도 문제가 될 것 같아서, 자기 매부(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37)랑 둘이서 의논한 것 같다”고 전했다.
‘휴가가 짧다’는 물음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국 노동자의 근로시간이 기니까, 대통령도 (휴가가) 짧아야지”라고 답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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