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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어디선가 리스트 내려와 원안 거의 그대로 통과”

등록 2008-08-01 21:18수정 2008-08-01 23:21

한나라당 비례대표 어떻게 선정?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형인 김옥희씨가 18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을 성사시켜주겠다며 수십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3월 이뤄진 한나라당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얼마나 작용했는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공천로비가 한나라당이 아닌 청와대 쪽으로 시도된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3월14일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마감한 뒤 24일에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열흘이란 시간이 있었으나, 597명에 이르는 후보들을 제대로 심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그 기간 동안 지역구 후보들의 공천을 마무리 지어야 했고, 도중엔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소장파의 난’까지 겹쳐 당은 정쟁의 수렁 속에 깊숙이 빠져 있었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공천심사위원들이 지역구 후보들의 자료는 집에 가져가서 살펴볼 수 있었으나, 비례대표 후보들 자료는 회의장 밖 반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회의장에서 관련 자료를 한 번밖에 볼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공천심사가 철저한 ‘밀실심사’였다는 얘기다.

그나마 회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후보 등록일(25일) 이틀 전인 23일 부랴부랴 공천심사위원들을 소집해 비례대표 후보들을 결정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공천심사위원은 “회의에 가보니 번호까지 다 정해져 있는 후보 명단이 있었고, 우리는 그 중에 후보 한 명만 순서를 바꿨을 뿐 어딘가에서 내려온 리스트 원안이 거의 그대로 통과됐다”고 말했다. 그는 “심사를 했다고 하지만 누가 누군지 잘 몰랐다”며 “단지 당의 ‘거수기’ 역할만 한 데 대해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내에선 이 리스트가 “청와대에서 왔다”는 얘기가 정설처럼 굳어져 있었다. 심지어 비례대표 후보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청와대가 번호까지 적힌 수십명의 명단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각각 비례대표 후보 3번과 5번을 받은 배은희 의원(전 공동선거대책 위원장), 이정선 의원(전 대통령직인수위 부대변인) 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로, 앞순위를 받을 것이 당시에도 이미 확실시됐었다.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를 따로 꾸려 직능별, 정책분야별로 후보를 선정했으나, 이번 총선 때는 그러한 형식적 틀마저도 갖추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후보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지역구와 달리 비례대표는 ‘이미 정해져 있다.’라는 인식이 강했고, 당내에선 ‘낙점공천’을 감시할 만한 여력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권 주변에선 김종원씨가 한나라당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형 김옥희씨에게 거액을 건네며 비례대표 공천로비를 시도한 것은, 비례대표 공천 결정권이 사실상 청와대에 있다는 당시의 실상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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