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때 한나라당 앞장서 만들어
심사 4시간뿐…법무·검찰 위원 과반도 문제
심사 4시간뿐…법무·검찰 위원 과반도 문제
법치주의의 ‘예외적 조처’인 대통령 사면권의 남발을 막고자 신설된 ‘사면심사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문제적 인사들의 사면을 막자는 애초 취지와 달리 모양 갖추기용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해 11월 사면법을 제정 50년 만에 개정하면서 사면심사위의 심사를 거쳐야 특별사면 등을 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가 개입한 사면을 일삼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던 한나라당이 이에 앞장섰다.
법무부는 이번 8·15 사면 발표를 하루 앞두고 지난 11일 사면심사위를 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두번째 사면심사위 회의였다. 지난 6월 대통령 취임 100일 사면은 주로 민생사범이 대상이었기 때문에, 사면심사위의 주요 심사대상인 정치·경제계 인사 등에 대해서는 첫 심사인 셈이다.
이날 회의는 4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고 한다. 법무부가 특별사면을 하며 공개한 주요 사면 대상자만 80여명에 이르고, 그중 상당수가 사면의 적절성 논란을 빚고 있는 인물들인 점에 비춰 보면 회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 셈이다. 과연 그처럼 짧은 시간에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사면심사위 구성도 문제다. 현재 심사위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을 포함해 법무부 및 검찰 간부 5명, 변호사·교수·시민단체 쪽 민간위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장관이 위원장이고 검찰 쪽이 과반인 탓에 논쟁이나 토론을 벌이기 힘든 구조다. 심사 회의록 공개도 10년 뒤에나 가능하도록 법이 만들어져 누가 어떤 의견을 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달 법무부를 상대로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법무부는 “위원 명단이 공개되면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를 거부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장관과 다른 의견을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심사위는 사실상 청와대가 낙점한 사면 대상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형식적 통과 기구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신유철 법무부 형사기획과장은 “이번 심사 과정에선 (특정 인물의 사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며 “자료를 토대로 충분한 심의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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