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언론사주 ‘묻지마 사면’
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단체·야당 비판 잇달아
인권운동사랑방 등 시민단체·야당 비판 잇달아
12일 발표된 ‘광복절 특사’에 뇌물·횡령·배임죄 등으로 처벌된 재벌 총수와 정치인, 거대 언론 사주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두고 각계 반발이 잇따랐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39개 인권단체가 모여 만든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정부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탈세·공금횡령·뇌물수수 등의 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들은 사면한 반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면서 처벌한 500여명의 양심수들의 외침은 철저히 외면했다”며 “이로써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대표되는 사법 불신은 더욱 심해지고 경제 선진화의 길은 더 멀어졌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지난 정권에서도 ‘경제 살리기’ 명목으로 경제인들에 대한 사면이 이뤄졌지만 이로써 경제가 살아났는지 지극히 의문“이라며 “사면권 남용은 시장 경제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경기 규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깎아내려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에 큰 해악을 준다”고 지적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팀장은 “이번 사면으로 재벌들은 장기적 생산 활동보다 단기적 로비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야당들은 ‘국민 분열용 사면’, ‘회장님 사면’ 등의 격한 용어를 써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적 동의 없이 마구잡이로 재벌 총수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 ‘회장님 사면’은, 기득권층은 어떻게든 면죄부를 받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도 “사면권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최소한으로 행사돼야 함에도, 경제인을 대거 사면하면 사회통합이 저해되고 국민이 분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무분별한 사면권 오남용과 촛불집회에 대한 법·원칙 강조라는 이율배반 사이에서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실체를 똑똑히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 죄질이 무거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자’가 무더기로 포함되자, 지난 17대 국회 때 ‘특경가법 위반자’는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뼈대로 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던 한나라당 의원들(표 참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해 “안상수 의원과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사면법 개정안 발의자들은 노무현 정부 때의 소신이 지금 와서 바뀌었는지 국민 앞에 밝혀여 한다”고 꼬집었다.
길윤형 이지은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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