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아래 뒷모습)이 증인석을 향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각 나라의 검역 관련 자료를 들어보이며 질의하고 있다. 증인석 앞줄 왼쪽부터 한덕수 전 총리,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이태식 주미대사, 정운천 전 농수산식품부 장관.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물러나는 것 옳지 않아…대통령 사과 부적절”
나경원은 “자진 사퇴해야”…당내 논란 증폭
나경원은 “자진 사퇴해야”…당내 논란 증폭
어청수 경찰청장 거취를 놓고 여권 내부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어 청장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어 청장을 엄호하고 나섰다. 이런 발언은 박희태 대표 등의 기류와는 정반대여서 당내 논란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 의원은 5일 국회에서 “경찰의 조계종 총무원장 검문이 결례인 것은 맞지만 경찰로서 직무에 충실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시비에스>가 보도했다. 이 의원은 또한 “자진사퇴하라는 것은 ‘잘못했으니 나가라’는 것인데 경찰청장이 (불교계에) 사과는 할 수 있지만 물러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통령의 사과도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국 사찰을 돌며 스님들을 만나는 등 ‘불심 달래기’에 공을 들여온 이 의원이 갑작스레 강경한 뜻을 밝힌 것은, ‘어청수 사퇴론’이 ‘당론’처럼 굳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기독교계로부터 “불교계에 너무 밀리는 것 같다”는 불만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박희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어 청장 거취 문제를 거론한 것을 시작으로, 당내 중진들은 대체로 어 청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종교 정책을 담당하는 나경원 제6정책조정위원장도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에서 “어 청장 사퇴만으로 불교계와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교계의) 어 청장 사퇴 요구는 논리보다 정서의 문제인 것 같다. 자진 사퇴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홍준표 원내대표는 “불교계의 압박은 대통령이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 어 청장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했고,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4일 <불교방송> 라디오 ‘유용화의 아침저널’에서 “어 청장은 임기가 보장된 치안책임자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문제에 대해 당이 감정적으로 예단해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 청장 사퇴론에 묵묵부답인 청와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상득 의원이 어 청장 편을 들고 나섬에 따라 사태는 또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 즉 불심과 당심을 두루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한 박 대표의 리더십이냐, 아니면 역시 ‘형님’의 힘이 센 거냐라는 관찰지점이 생긴 까닭이다.
이유주현 조혜정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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