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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경북 영천, 공주·연기 르포

등록 2005-05-01 21:48수정 2005-05-01 21:48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북 영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정희수 한나라당 후보(가운데)가 당선이 확정된 뒤 화환을 목에 걸고 지지자들과 만세를 부르고 있다. 영천/박영률 기자 <a href=mailto:ylpak@hani.co.kr>ylpak@hani.co.kr</a>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북 영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힘겨운 승리를 거둔 정희수 한나라당 후보(가운데)가 당선이 확정된 뒤 화환을 목에 걸고 지지자들과 만세를 부르고 있다. 영천/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이카다가 근혜 직이겠다"
걱정 뒷심에 한나라 역전

“‘이카다가 근혜 직이겠다’는 지역민들의 동정 정서가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 심리를 힘겹게 누른 거지요.”

30일 밤 정희수 한나라당 후보(51)가 접전 끝에 정동윤 열린우리당 후보(67)를 1286표차로 누른 직후, 영천시내에서 만난 한 시청 공무원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이렇게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저력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정희수 후보에 표를 던졌다는 주부 정아무개(41)씨는 “막상 투표용지를 대하니 ‘한나라당은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6·25때 영천 방어선이 무너져 나라가 위험해졌듯이 영천이 무너지면 한나라당이 무너집니다”라고 써있던 한나라당의 선거 홍보물이 새삼 떠올랐다.

밤 10시30분께 한나라당 후보의 고향인 신령면 투표구에서 몰표가 쏟아지면서 전세가 역전되자 정동윤 열린우리당 후보의 사무실에서는 비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최종 결과를 듣고 자리를 뜨던 한 선거운동원은 “이제 영천 X들은 어디가서 지역이 낙후됐다고 떠들 자격도 없다”고 울먹였다.

비슷한 시각, 부근의 한나라당 후보 사무실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이 샴페인을 준비하고 당선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만난 정해윤 한나라당 정책위원은 “선거 초반 여당의 지역개발론과 상대 후보의 인지도 및 조직에 밀려 힘겨운 싸움을 했다”며 “박근혜 대표가 한 차례씩 올 때마다 지지율이 5%씩 오르는 등 총력전을 펼친 끝에 겨우 승리했다”고 전했다. 정 위원은 “이겨서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고, 좋은 경험을 했다”며 “한나라당이 지역개발과 발전에 힘쓰지 않으면 앞으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막판 역전패에 실망하면서도 “유권자들이 이념보다 정책을 중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천 시민들도 선거 분위기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선거기간 내내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수십년간 ‘한나라당’을 밀었지만 돌아온 것은 낙후된 지역 뿐” “힘있는 여당을 밀어보자” 등의 목소리가 실제로 쏟아졌다. 도농복합지역인 영천은 동단위 도시지역과 청·장년층은 열린우리당, 농촌 읍·면과 노년·여성층은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했다.


영천/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행정도시면 될 줄 안겨?"
헛짚은 민심에 ‘뒷통수’

열린우리당은 충남 공주·연기에서 패배한 것에 대해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선 “예견됐던 결과로, 이변이 아니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앙당이 현지의 민심을 완전히 헛짚었다는 얘기다.

이 지역 주민들은 1일 열린우리당의 이병령 후보(58)가 4630표 차로 무소속의 정진석 후보(44)에게 진 이유를 ‘열린우리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실망’과 ‘심대평 충남지사의 신당론’ 등 두 가지로 꼽았다.

열린우리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했으면서도 농촌 문제 해결, 서민경제 안정, 4대 개혁법안 처리 등에서 국민이 체감하고 이해하는 수준의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행정수도 후속 대안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이끌어 내기는 했지만, 정부 인사에선 충청도에 대해 여전히 ‘홀대’와 ‘차별’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아무개(64·공주시 신관동)씨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고 열린우리당이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제대로 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행정부와 청와대 등에 충청도의 인재를 발탁하지 않고 홀대하면서 행정도시를 앞세워 충청도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면 ‘오판을 넘어 오만’”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정부에 대한 이런 실망과 불만은 심대평 지사의 ‘신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져, 심 지사와 뜻을 같이 하는 정진석 후보의 당선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 현지의 해석이다. 그나마 행정도시 예정지인 연기 지역에서 열린우리당 지지가 많아, 표차가 더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아무개(41·공주시 웅진동)씨는 “공주는 심 지사의 고향으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왔고, 연기보다 선거인 수가 많다”며 “지난 총선에서 패한 정 후보에 대한 동정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우리당은 지역 정서를 정확히 분석하지 않은 채 거물급 인사 공천설, 경선후보자 자격 박탈, 전략공천 등 ‘악수’를 둬 스스로 선거운동 조직의 열성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심대평 지사는 30일 밤 정 후보 선거사무실을 찾아와 “정 당선자와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완성되도록 힘을 모으겠다”며 “충청인의 자존심을 찾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일(창당)을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혀, 신당 창당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공주/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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