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남영동 미 대사관 공보문화원 2층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힐 국무차관보 <한겨레>단독회견
“북, 6자회담 복귀의사 먼저 밝혀야”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힌다면 회담에 앞서 뉴욕 등지에서 북미 접촉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북한이 6자 회담을 거부한 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뉴욕 접촉 등 양자 접촉에 나설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과의 양자 접촉은 6자 회담장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힐 차관보는 <한겨레>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해 그 틀 안에서 비공식적, 양자적인 방법으로 대화를 하고 싶다거나, 본회담 사이에 협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그런 제안들에 대해선 개방적 입장”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는 그가 동북아 순방을 마치고 방한한 다음날인 지난 29일 오후, 서울 남영동 미국 대사관 공보문화원에서 열렸다. 그는 ‘이런 발언이 6자 회담을 전제로 뉴욕에서의 사전접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물음에, “우리는 뉴욕 채널을 통해 몇 달 전까지도 접촉을 해 왔으나, 그다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없었다”고 전제한 뒤, 거듭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 6자 회담에 참여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제안이 있으면, 그런 제안을 우리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폭군’으로 묘사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 “북한이 지난 10개월 간 외교적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더구나 핵무기 개발을 선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시 대통령이) 그런 시각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이를 ‘정책 전환’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과거에도 다른 ‘폭군’들과 협상한 전례가 있고,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 성공했다”며 “북한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이 회담 복귀를 거절한 것은 중국 외교에서도, 북중 관계에서도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며, “6자 회담과 관련해 눈에 띌 만한 진전이 없다면, 이른 시일 안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6자 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전환하겠다는 지난 3월31일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선,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의 전체 성격을 바꾸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우방, 그리고 파트너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 대해 “양국 정상이 만나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한은 최근 모든 문제에 대해 ‘두고 보자’는 태도를 취해 왔는데, 이번엔 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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