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2일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과거사법)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이르면 올해 말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닻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사법은 지난해 말부터 여야가 합의와 번복을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법안 취지에서 많이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쟁점인 조사범위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과 폭력·학살·의문사’로 결론이 났다.
지난해 말 본회의로 넘겨진 여야 합의안에 ‘대한민국을 적대시하거나 동조하는 세력’을 추가하자는 한나라당 요구와, ‘동조하는’이라는 문구는 넣을 수 없다는 열린우리당 주장이 절충된 셈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결국 ‘민주화를 가장한 친북·용공 세력’을 포함시키자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해 왔다.
조사위원의 자격에서는 현재 ‘진실규명·화해와 관련된 지식·경험이 풍부해 위원회의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회저명인사’로 돼 있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성직자로서 10년 이상 재직한 자’를 넣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졌다.
확정판결 사건 제외조항 조사대상 위축 여지
대한민국 적대시 조항 민주인사 족쇄 우려 전까지만 해도 협상 전망은 불투명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 법안을 표결처리 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했고, 이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공보담당 부대표는 “‘동조’라는 표현을 빼면 협상이 결렬될 것이며, 박근혜 대표도 같은 생각”이라고 맞섰다. 여당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과거사법 처리가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오후 들어 두 당의 원내대표 등이 협상을 재개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여야 양쪽 모두 과거사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법은 지난해 12월29일 여야 합의안이 한나라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지 못함에 따라 같은달 31일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한 채 계속 미뤄져 왔다. 법 통과되면=법이 통과되면 인혁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등 각종 시국사건과 의문사가 국가적 차원에서 재조명되는 길이 열린다. 당연히 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정치·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조사 대상 사건의 상당수가 각 정당의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있거나, 현재 활동 중인 정치인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의 경우 민·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제외한다’는 조항 때문에 실제 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태다. 또 법 조항대로라면, ‘이승복 어린이 사건’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인 성혜림씨의 조카 이한영씨 피살사건 등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법안은 현재 국가정보원·경찰청·국방부 등이 벌이고 있는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의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실무협상을 맡은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과거사정리위원회와 각 기관 조사기구가 적절히 역할분담을 하거나, 각 기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대한민국 적대시 조항 민주인사 족쇄 우려 전까지만 해도 협상 전망은 불투명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 법안을 표결처리 하겠다”고 야당을 압박했고, 이에 대해 나경원 한나라당 공보담당 부대표는 “‘동조’라는 표현을 빼면 협상이 결렬될 것이며, 박근혜 대표도 같은 생각”이라고 맞섰다. 여당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과거사법 처리가 6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오후 들어 두 당의 원내대표 등이 협상을 재개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여야 양쪽 모두 과거사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사법은 지난해 12월29일 여야 합의안이 한나라당 지도부의 추인을 받지 못함에 따라 같은달 31일 김원기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됐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처리되지 못한 채 계속 미뤄져 왔다. 법 통과되면=법이 통과되면 인혁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 실종사건 등 각종 시국사건과 의문사가 국가적 차원에서 재조명되는 길이 열린다. 당연히 조사 결과에 따라 상당한 정치·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조사 대상 사건의 상당수가 각 정당의 정치적 이해와 맞물려 있거나, 현재 활동 중인 정치인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 확정판결이 난 사건의 경우 민·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제외한다’는 조항 때문에 실제 조사 대상 선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태다. 또 법 조항대로라면, ‘이승복 어린이 사건’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처인 성혜림씨의 조카 이한영씨 피살사건 등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법안은 현재 국가정보원·경찰청·국방부 등이 벌이고 있는 과거사 진상규명 활동의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실무협상을 맡은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과거사정리위원회와 각 기관 조사기구가 적절히 역할분담을 하거나, 각 기관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최종 판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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