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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까다로운 `재심’에 과거청산 맡겨 시민단체 “행동없는 반성” 실망감

등록 2008-09-26 20:19수정 2008-09-26 22:15

대법원장 과거사 사과
이용훈 대법원장의 26일 과거사 반성에 대해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은 사법부 수장의 공식적 반성을 평가하면서도, 구체적 행동이 결여된 데 대한 실망감도 쏟아냈다. 과거 청산이 성과를 거두려면 문제가 되는 시국사건 재판의 공개 범위를 넓히고 재심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전체 기념사의 3분의 1 가량을 할애해 잘못된 과거에 대해 사과하고 청산 방법을 설명했다. 이 대법원장이 거론한 “가장 원칙적이고 효과적”인 과거 청산 방법은 재심절차다. 하지만 형사소송법은 재심 사유를 △증거가 위조됐거나 수사에 관여한 검사·경찰의 직무범죄가 확정판결로 증명된 때 △무죄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있는 때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법원은 200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 대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명백한 증거’로 받아들여 재심 사유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수십년 전 수사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당사자 스스로 청구해야 하는 재심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조작 사건은 수사기록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명박 정부의 과거사 관련 위원회 통폐합 움직임도 문제다.

이런 점에서 과거청산 방법으로 재심절차를 제시하고 만 것은 반성을 행동으로 옮기려는 의지가 부족하거나, 말로써 과거사 정리를 갈음하려는 태도라고 읽힐 소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이 대법원장은 그동안 재심 확대를 통한 과거사 청산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말은 재심에 대한 판단을 과거처럼 엄격하게 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의 과거사 반성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취임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인권보장 최후 보루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불행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국민 위에 군림하던 그릇된 유산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제민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은 “대법원장이 고개를 숙인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거청산 의지를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논평을 통해 “과거사위원회 등에 의해 고문으로 조작된 것으로 밝혀진 사건은 재심 요건을 완화하는 특별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원 안에서도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 관계자는 “예전엔 철저하게 바로잡겠다고 약속하고선 재심을 핑계로 대충 넘어가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법원의 다른 관계자는 “참여정부 때는 과거사 청산에 의욕을 나타내더니 정권이 바뀌자 김황식 전 대법관을 감사원장으로 보내는 등 바뀐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들에게는 사법부도 정권과 코드를 맞추는 것으로 비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남일 박현철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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