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법정 표정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은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1심 재판부에서도 면소 판결이 나긴 했지만 불법성은 인정했던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 사건까지 무죄가 선고되자 입가에 번진 엷은 미소는 법정을 떠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반면 이날 법정에 홀로 나온 윤정석 삼성 특검보의 얼굴은 선고가 끝날 즈음 벌겋게 상기됐다. 그는 선고 뒤 상고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특검이 결정할 것”이라며 재판 결과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법정을 가득 메운 삼성 임원들 사이를 헤쳐나가는 윤 특검보의 걸음은 힘겨워 보였다. 피고인석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방청석의 삼성 임원들과 밝은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재판장인 서기석 부장판사가 30여분에 걸쳐 판결문을 읽어 나가는 동안, 이 전 회장은 상체를 비스듬히 돌린 채 재판장한테서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재판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1심 때의 답변을 되풀이했다. 재차 ‘만족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이 전 회장은, ‘법원이 선처를 해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답 없이 서둘러 승용차에 올랐다.
이날 선고에 앞서 한 40대 남성이 피고인석에 자리한 이 전 회장을 찾아가 90도로 허리를 꺾으며 명함으로 보이는 물건을 건네더니, 선고가 끝난 뒤엔 50대 여성이 이 전 회장을 향해 응원의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법원 밖 포토라인에서도 응원하러 나온 듯한 남녀가 이 전 회장 쪽으로 접근하다 변호인 등으로부터 제지당하기도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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