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표정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운데)와 허태열 최고위원(왼쪽) 등 당 지도부가 29일 저녁 서울 여의도 당사 상황실에서 10·29 재보선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0·29 재보선 결과
최대 관심 울주군수 선거서 간신히 역전승
여수선 민노당, 구미·의령선 무소속이 당선
최대 관심 울주군수 선거서 간신히 역전승
여수선 민노당, 구미·의령선 무소속이 당선
경제위기로 흉흉한 민심은 흔쾌히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전국 10곳에 후보를 냈지만 군수 1명,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2명 등 5명이 당선돼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 기초단체장을 뽑는 울산 울주군, 충남 연기군에서도 한나라당은 자유선진당과 함께 한곳씩 나눠가졌다. 하지만 선진당은 자신의 텃밭인 연기군을 일찌감치 챙긴 반면, 한나라당은 밤늦게까지 울주군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했다. 이겼지만 본전만 챙긴 셈이다.
한나라당이 후보를 낸 10곳 중 개표 초반에 승기를 굳힌 곳은 광역의원 중에선 울산 울주와 경북 성주, 기초의원에선 인천 남구, 부산 서구 4곳에 불과했다. 연기·홍성 등 충남권은 진작부터 선진당에게 자리를 내줬으며, 한나라당의 기반인 영남권에서조차 영 힘을 쓰지 못했다. 경북 구미(광역의원), 경남 의령(기초의원)에선 무소속 후보가 당선을 거머쥐었고, 최대 관심지였던 울주군수 선거에선 한나라당 신장열 후보와 무소속 서진기 후보가 밤늦게까지 혼전을 거듭하다 신 후보가 막판에 간신히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10·29 보궐선거는 전국 52곳에서 선거가 벌어졌던 지난 6·4 재보궐선거보다 훨씬 판이 작았을뿐더러, 기초단체장 선거가 벌어진 울주군·연기군 두 곳도 각각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당세가 확연한 곳이어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인사 여럿이 쌀직불금 부당 수령 문제에 엮이며 ‘농심’을 자극했고, 지진해일처럼 밀려오는 금융위기에 정부가 허둥지둥,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표를 통한 심판의 의미도 좀더 깊어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나라당은 그동안 은근히 이번 선거에 공을 들였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며 ‘울주’에 빨간불이 켜지자, 박희태 대표는 연일 지방을 돌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밤 접전 끝에 결국 울주군수가 한나라당한테 돌아가자, 당사 개표 상황실에 모여 있던 당직자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팔짱을 풀었다.
차명진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힘들어하는 국민의 뜻을 반영한 결과임을 잊지 않겠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사실상 참패에 가까웠다. 5명의 후보를 냈지만, 무투표 당선된 전북 임실 기초의원 1곳을 빼고는 한 석도 건지지 못했다. 특히 텃밭인 전남 여수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에 밀렸고, 한가닥 기대를 모았던 인천 남구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한나라당에 졌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전남 여수에서 시의원을 배출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은 논평에서 “보수 정치판에서 진보 정치가 싹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 쾌거”라고 말했다. 이유주현 이지은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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