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일부 위헌 결정으로 종합부동산세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자, 한나라당은 정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종부세 개편안 중 과세기준 상향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종부세를 인별 과세하게 돼 종부세 납부자가 대폭 줄었는데 과세기준까지 올리면 안 된다”며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6억→9억 상향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병수 기획재정위원장도 “과세기준까지 완화하면 투기 방지 등 종부세 취지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대다수 기획재정위원들은 과세기준 변경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강남벨트’에 속하는 한 의원도 “어차피 헌재 결정만으로도 종부세의 부당함은 바로잡힌 셈인데, 굳이 이번에 과세기준까지 9억으로 올려 국민들한테 ‘맞아 죽을 일’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이 정부의 종부세 완화 방침에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부자당 이미지’를 굳힐까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고, 섣불리 정부에 장단을 맞추다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선 종부세 인별 과세가 재산분할 등 편법을 동원해 조세를 회피하도록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 초선 의원 모임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식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 라디오에서 “종부세를 피하기 위해 증여나 상속을 통해 주택소유 명의를 분산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상속·증여세 제도는 (감면 없이)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9월 상속세와 증여세를 대폭 완화해 50%인 최고 세율을 33%까지 낮추고, 가업상속 공제율도 상속가액의 20%에서 40%로 크게 늘리기로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헌재 결정과 별도로 세율인하·과세기준상향 조정 등 종부세를 추가 완화하는 것에 반대하기로 했다. 김유정 민주당 대변인은 “앞으로 ‘부자감세’ 대 ‘서민감세’ 전선을 만들어 나가기로 결론을 내렸다”며 “종부세 폐지·부자 감세를 저지하는 서명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민주당 제4정책조정위원장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종부세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정의로운 세금”이라며 “정부가 제출한 6억→9억 조정과 세율 인하는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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