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대부분 조심스러워 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 서두를 상황이 아니라는 분위기였다.”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21일 <한겨레>와 국제전화에서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 의회 쪽의 기류를 이렇게 전했다. 문 의원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의 박진 위원장, 황진하 한나라당 의원,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 등으로 꾸려진 한-미 에프티에이 관련 국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다.
문 의원은 “미국 의원들 대부분은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해 아주 조심스러워하면서, 오바마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어쨌든 아무리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거론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일러야 중반기 이후에나 논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더라”고 전했다.
문 의원에 따르면 오바마 당선인의 정치적 ‘후견인’으로 알려진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은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자, 매우 중요한 파트너다. 교역 사업을 등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등 원칙적 의견을 나타냈다. 한-미 에프티에이의 적극 지지자로 알려진 아담 스미스 민주당 하원의원도 “두고 보자”며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문 의원은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얘기를 드러내놓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선제 비준론’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부정적 분위기였다고 문 의원은 전했다. 오바마 정부 내각 명단에 오르내리는 존 햄리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 선비준을 하더라도 미국의 결정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밖에 대표단이 만난 미국 인사들은 대체로 “(미국) 경제 상황도 어려운데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한국이) 빨리 비준하자고 하는 것은 전반적인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부정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문 의원은 전했다.
대표단은 그러나 오바마 인수위 쪽과는 직접 접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원은 “오바마 인수위 쪽이 대외접촉 금지령을 내리고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근 상태였고, 어느 의원도 인수위 쪽 기류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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