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미공개정보 전달 ‘박연차리스트’ 소문 나돌아
직업·신분 추린뒤 차명거래 의심 계좌 역추적
직업·신분 추린뒤 차명거래 의심 계좌 역추적
검찰, 박연차회장 수사 가속도
검찰이 정·관계 인사들의 세종증권 주식 차명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005~2006년에 이뤄진 세종증권 주식 매매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개인의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 의혹에서 촉발된 수사가, 정치권과의 친화력을 과시해 온 박 회장의 이력을 타고 빠르게 여의도로 옮겨붙는 형국이다.
검찰이 보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박 회장 관련 기업의 세무조사와 회계자료 분석을 통해 정치권에 직접 건네진 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7억원을 건넸다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열린우리당 17대 의원들에게 편법으로 후원금을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물론 그가 ‘친노’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직접적인 불똥은 옛 여권에 많이 튈 것으로 보이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출신지나 사업체를 두고 있는 곳이 부산·경남이고, 2002년 대선 전까지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지내며 당에 10억원을 낼 정도로 보폭이 큰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의 인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천신일 고려대 교우회장이 휴켐스의 사외이사라는 점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 하나는 정·관계 인사들한테 세종증권 매각과 관련한 미공개 내부정보를 전달해 시세차익을 누리도록 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세종증권과 휴켐스 매각·인수 과정에서 자신과 친인척 이름의 거래를 통해 2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검찰은 미공개 내부정보 전달을 통한 ‘간접 로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의심스런 시점에 세종증권 주식을 사고판 계좌를 모두 확인하고 있지만 아직 정·관계 인사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기획관은 그러면서도 ‘전수조사가 정·관계 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은 투자 동기가 ‘순수’하지 않다면 정·관계 인사들이 자신들 이름으로 주식을 매매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품이 많이 드는 ‘저인망식’ 조사 방법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의심스런 시점에 일정량 이상의 세종증권 주식을 매매한 사람들의 직업이나 신분 등을 추려낸 뒤, 미성년자 등 차명거래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가계도를 역추적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박 회장이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를 알게 된 시점과 세종증권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점, 그리고 주식을 팔아치워 시세차익을 남긴 때가 주요 조사 포인트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의 본질은 박 회장의 탈세 혐의에 있다. 현재까지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의심할 비자금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어떤 로비 혐의도 포착된 바가 없다”며 정치권 인사 연루설에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의도에 떠돈다는 ‘박연차 리스트’는 보지 못했다”며 “큰 사건에서 리스트를 보면 꼭 실패한다. 가능하면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수사의 본질은 박 회장의 탈세 혐의에 있다. 현재까지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의심할 비자금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어떤 로비 혐의도 포착된 바가 없다”며 정치권 인사 연루설에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의도에 떠돈다는 ‘박연차 리스트’는 보지 못했다”며 “큰 사건에서 리스트를 보면 꼭 실패한다. 가능하면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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