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만수 장관 “부동산 투기대책 전면 재검토 필요”
‘감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과감한 정책 주문
추가 규제완화 앞두고 강남 재건축시장 꿈틀
‘감남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과감한 정책 주문
추가 규제완화 앞두고 강남 재건축시장 꿈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마치 제동 장치가 고장난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고 있다. 각종 대책에도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초조해진 정부가 최소한의 부동산 투기억제 장치까지 폐기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는 쪽으로 무리수를 두려 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지금은 부동산 투기보다 디플레이션(물가 자산가치 하락)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 것은, 투기가 재연되더라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는 게 더 급하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된 각종 대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한 것은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에 보다 과감한 규제 완화를 주문한 것이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최근 재정부와 국토부가 강남3구의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둘러싸고 부처간 불협화음을 노출한 것과 무관치 않다. 강 장관이 나서 총대를 맬테니 여론의 눈치를 살펴 우물쭈물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이번 기회에 남아 있는 규제까지도 전방위적으로 재검토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청와대와 정치권 등에서 그동안 국토부가 추진했던 각종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론을 거론하는 기류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올 하반기 이후 수차례 쏟아낸 각종 정부 대책에도 부동산시장이 전혀 반응하지 않으면서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 8월부터 재건축 규제 개선, 전매제한 완화,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대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주택 매매는 갈수록 줄고 있고 미분양 주택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 장관의 이날 발언을 접한 국토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앞두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아직까지 남아 있는 부동산 규제로 분양값 상한제와 전매 제한,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꼽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들 세가지만 해결되면 더 이상 손 댈 것이 없으며, 이들 큰 규제를 없애면 나머지 작은 규제는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것들”이라면서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22일 업무보고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예정대로 분양값 상한제는 공공택지를 뺀 민간택지에서 폐지하는 쪽으로 주택법을 개정해 2월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매제한과 관련해서는 수도권 공공택지의 전매제한(3~7년) 기간을 3년 이내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또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예정대로 밀어붙이고 재정부에는 투기지역 해제를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에 아파트 재건축 시장은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날 강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급매물이 거래되고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매물이 회수됐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지난주 5년 만에 최대 낙폭(-1.14%)을 기록하며 얼어붙었던 재건축 시장이 정부의 특단 대책으로 다시 술렁일 조짐“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