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후 돈빌린 정황 포착
검찰, 구체적 규명 작업 나서
검찰, 구체적 규명 작업 나서
박연차(63·구속기소)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용석)가 노무현 전대통령이 박 회장과 돈거래를 한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대검 중수부는 노 전대통령이 박 회장한테서 15억원을 빌리고 발행한 차용증을 확보하고 차용 경위 등의 구체적 규명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차용증에 기재된 날짜는 노 전대통령이 퇴임한 지난 2월25일 이후이며, 상환기간(1년)과 이자율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차용증은 국세청이 지난 7월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확보해 그를 고발하며 검찰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노 전대통령과 박 회장의 돈거래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박 회장에 대한 계좌추적과 수사 과정에서 노 전대통령에게 15억원의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회장의 로비 의혹 등과 관련해 계좌추적 등을 계속하고 있다. 수사 혹은 내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대통령이 박 회장에게서 15억원을 별다른 이유 없이 받았더라도, 퇴임 이후여서 뇌물수수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퇴임 뒤 개인간의 돈거래를 문제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검의 다른 관계자는 “퇴임 전 박 회장에게 어떤 특혜를 주고 퇴임 뒤 돈을 받았다면 사후수뢰죄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전대통령 쪽은 “검찰에서 확인해 주지 않는 내용을 우리가 먼저 해명하고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돈거래 사실에 대한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박 회장과 노 전대통령 사이에 어떤 명목이든 거액의 돈거래가 있었다면 적절성 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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