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가면 모양새 안좋고
가자니 처신하기 곤란
가자니 처신하기 곤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청와대는 설 연휴 뒤인 30일, 박 전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4선 이상 중진 의원 등 22명에게 오찬을 함께하자고 초청했다. 당연히 박 전 대표도 참석 대상이지만, 아직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이는 박 전 대표가 지난 5월10일 이 대통령을 만나 친박 인사들의 일괄 복당을 주장했다가 완전히 관계가 틀어진 이후 8개월만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회동 직후 “애초엔 (대통령을) 신뢰했다. 하지만 신뢰를 깬 건 내가 아니잖냐”는 말로, 좀처럼 메우기 힘든 감정의 골을 드러낸 바 있다.
친박계 인사들 중엔 “가는 게 좋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안 가면 모양새가 더 안 좋다는 것이다. 한 핵심 측근 의원은 “청와대가 박 전 대표에게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다른 의원들과 함께 부르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참석을 안 할 경우 국민들 눈엔 박 전 대표가 토라져서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도 “두 사람은 일대일로 만나면 별로 할 말이 없지 않느냐”며 “오히려 수십명이 갈 때 묻어가는 게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본인은, 청와대 회동에 참석하라는 주변의 건의에 “한번 생각해볼게요”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으며, 오히려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는 것이 측근 의원들의 전언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2월 입법전쟁’을 앞두고 싸움을 독려하는 성격의 모임에 참석해, 처신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박 전 대표는 ‘입법전쟁’ 막바지인 지난 5일 공개석상에서 “법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통합을 위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해 ‘속도전’을 주장하는 청와대 쪽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이 모임에 참석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을 경우 이 대통령의 독전에 응한 모양새가 되고, 그렇다고 입바른 말을 하기도 어색한 자리가 된 것이다.
이명박계에서 흘러나오는 ‘박근혜 역할론’, ‘친박 탕평인사론’ 등도 개각을 앞둔 시점이어서, 이번 회동 성사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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