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필요” 발언 잇따라 내놔
정부 재정운용력 비판 일 듯
정부 재정운용력 비판 일 듯
정부와 한나라당이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추가경정예산 편성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올해 예산이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수정예산안 제출을 거쳐 국회를 통과하고, 집행이 시작된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추경론이 나오는 것은 감세와 재정지출 등 정부 재정 운용에 큰 문제가 있음을 시인하는 꼴이다.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세종로포럼 강연에서 “올해 정부는 35조원 감세를 하고 16조원의 재정지출도 확대하기로 했다”며 “만약 이것으로 부족하면 과감하게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추경 편성 필요성을 담은 발언이다. 이는 지난 13일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이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지금 시점에서 추경안이나 그 이상까지 할 수 있는 부분은 다 해야 한다”고 말한 것에 맞장구를 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6일 ‘녹색뉴딜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국비와 지방비에서 1조8823억원을 이 사업에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혀, 공식 요청만 안 했을 뿐 추경 편성 필요성을 내비쳤다.
올해 추경 편성은 어차피 불가피한 상황이긴 하다.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잡고 세입예산을 짰지만 실제 성장률은 이에 크게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 성장 둔화에 따른 세수 결손은 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하고, 이렇게 하려면 추경을 편성해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부가 애초 수정예산안을 짤 때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 잡은 것은, 대규모 감세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세수를 늘려잡아 재정적자 규모를 줄여 보고해야 할 필요성이 컸던 탓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요청한 4조3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창출 및 사회취약계층 지원 예산도 반영을 거부했다. 따라서 추경이 공식 논의될 경우, 정부의 경기예측 및 재정운용 능력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 1%포인트 저하에 따른 세수결손 보전(2조원)과, 녹색뉴딜 사업에 투입될 추가예산으로만 4조원이 더 들게 돼있다. 야당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사회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추가하면, 추경규모는 5조~6조원으로 커질 수 있다. 대규모 감세 때문에 수정예산안에서 23조6천억원으로 불어난 재정적자는 추경을 하면 30조원 가까이로 커진다. 정부는 애초 중기 재정운용계획에서 ‘작은 정부’와 ‘건전 재정’을 강조하며, 올해 재정적자를 10조4천억원으로 잡은 바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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