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인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강남지역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린 1980년대 초 서울 반포 일대에서 4년 동안 다섯 차례나 아파트를 미등기 전매해 양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1999~2001년께 원 후보자 부인이 경기 포천 일대 전답을 원 후보의 누나와 함께 보유해 농지법 위반 의혹도 불거졌다.
9일 국회 인사청문회 요청자료를 보면, 원 후보는 1978년 서울 구기동 단독주택을 팔고 79년 6월 서초구 반포동 주공아파트 323동으로 이사한 뒤 83년 4월까지 4년 남짓 동안 같은 주공아파트 안에서 네 차례,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안에서 한 차례 등 모두 다섯 차례 아파트를 사고팔았지만, 한 차례도 등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10개월마다 아파트를 팔고 이사한 셈이며, 두 차례는 불과 3개월 만에 아파트를 사고팔았다. 다섯 차례 매매 과정에서 원 후보 소유의 아파트는 18평(79년 6월), 25평(80년 12월), 35평(83년 4월)으로 점점 커졌다. 아파트를 미등기 전매해 얻은 차익으로 평수를 늘리고, 미등기 전매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또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토지공사의 ‘(원세훈) 후보자와 직계 존비속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보면, 원 후보의 부인 이병채(57)씨 외 1명은 1999년 5월 경기 포천군 소흘읍 직동리 276·277번지 땅(3306㎡)을 8600만원에 사들였다. 토지거래 허가·신고구역 계약자들은 부동산 계약서 ‘원본’을 관할 지자체에 접수해야 하고, 토지공사는 그 자료를 모아 전산 관리한다. 그러나 이 땅의 등기부등본에는 이 땅의 소유주로 원 후보의 누나(60)만 기재돼 있어 이씨 이름을 숨기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땅은 농지법에 의해 규제를 받는 논으로, 당시 규정상 이 땅을 사려는 사람은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한다. 땅을 살 때 이씨의 주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누나 원씨의 주소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ㅇ아파트였다. 누나 원씨는 이 땅을 2001년 4·5월 두 차례에 걸쳐 팔았는데, 원씨가 땅을 보유한 1999~2001년 이 땅의 1㎡당 공시지가는 3450원에서 6170원으로 80%가량 올랐다. 이 거래로 원씨는 수천만원대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원 후보자는 “포천 땅은 누나가 채무관계에 의해 소유하게 된 것으로 아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미등기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강남 지역에 구획 정리가 끝나지 않아 등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길윤형 김기태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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