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 원세훈 국정원장(왼쪽 두번째), 현인택 통일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하루 인사치레 청문회?
국회 본회의 보고 안거치고 서둘러 임명장
야당 “숙려과정 없이 ‘속도전’ 밀어붙이기”
국회 본회의 보고 안거치고 서둘러 임명장
야당 “숙려과정 없이 ‘속도전’ 밀어붙이기”
청와대가 12일 국회 인사 청문회가 끝나기 무섭게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현인택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검증이 덜 끝난 상태에서 이들에게 서둘러 임명장을 준 것은 밀어붙이기 인사의 전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관련법을 따르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본회의 보고를 거치되, 특별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의장이 청와대로 ‘직송’할 수 있게 돼 있다. 청와대가 국회 절차를 무시하는데다, 국회의장마저 거들고 나서는 모양새가 나타난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차원의 검증이 덜 끝난 상태에서 서둘러 임명장을 준 것은 밀어붙이기 인사의 전형이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윤증현 후보자와 달리 원 후보자와 현인택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이 말끔히 해명되지 못했거나 오히려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더 검증한 뒤에 임명해도 늦지 않은데, 청와대가 인사에서도 ‘속도전’을 펴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지적이다.
민주당은 특히 원 후보자의 경우, 부인 이아무개씨 이름으로 된 경기도 포천 땅의 매매 과정에 대한 해명이 포천시청 쪽의 설명과 다르고, 후보자 자신의 병역면제 과정도 여전히 석연치 않다고 본다. 1974년 원 후보자가 내무부에 들어갈 때 받은 신체검사 결과 정상 판정이 났는데, 어떻게 이태 뒤에 받은 군 입대 신체검사에서는 하악관절염이라는 중증으로 면제 처분을 받았는지 해명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정보위원들은 “국가정보원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원 후보자의 업무 추진력과 조정능력은 물론, 외교·안보·남북 문제 등에 대한 전문성, 국정원 개혁 의지와 정치적 중립성 추구 등의 항목에서도 여야는 첨예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해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는 여야간 의견이 정반대로 갈렸다. 한나라당은 그만하면 적격이라고 본 반면, 민주당은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마당에 적격 판정에 동의해줄 수는 없다고 맞섰다. 결국 여야는 정보위 차원의 의견을 내지 않은 채 검증 항목에 대한 각 당의 판단만 보고서에 적기로 했다. 원 후보자에 대한 청문 절차는 결국 ‘미완’으로 마무리된 셈이다.
현 후보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 9일 청문회에서는 그가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 시절 통일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찬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후보자 자신도 개편안이 만장일치로 확정되던 인수위 전체회의 자리에 참석했다고 답변했고, 참고인으로 나온 홍두승 서울대 교수(당시 인수위원)도 이를 인정했다.
민주당은 또 제주도 연동 땅을 아버지한테서 편법 증여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현 후보자가 “증여 받지 않았다”고만 할 뿐, 제대로 된 소명을 하지 못한 것도 문제 삼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일정에 맞춰 청문 보고서를 일방적으로 채택했다.
강희철 이유주현 기자 hckang@hani.co.kr
강희철 이유주현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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