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오종상·양춘승씨 사건 재심 청구
유신헌법 선포 37년, 긴급조치 1호 발령 35년 만에 그 위헌성을 법적으로 ‘단죄’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회장 백승헌)은 12일 긴급조치 피해자 오종상·양춘승씨 사건의 재심을 서울고법에 청구하면서 “재심 재판부에 유신헌법과 긴급조치 1·2·9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오씨는 1974년 5월 버스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에게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말을 했다가 중앙정보부에 연행돼 일주일 동안 고문을 받고 긴급조치 1호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3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양씨는 긴급조치 해제 등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배포했다가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오씨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긴급조치의 위헌성 판단과 함께 피해자 명예회복 조처를 하라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민변은 또 이미 법령이 폐지됐을 경우 재심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유무죄 판단 없이 재판을 마무리짓는 ‘면소’ 결정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기로 했다. 법원은 그동안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긴급조치 1호 위반 부분은 ‘이미 긴급조치 자체가 폐지됐다’며 면소 결정을 내렸다. 이상희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재심을 통해 사법부 과거청산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형식적 면소 결정 대신 실체적 재판을 통해 과거 국가폭력을 단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가 조사한 긴급조치 피해자는 1140명에 이른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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