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일 망언도, 효도도, 체육계 구타도
인권 보호·반인류 범죄 방지 의욕과잉
“도덕적 가치 강제…법 만능주의” 우려
‘효도 장려법’, ‘친일망언 방지법’, ‘체육계 구타 방지법’…. 일부 국회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들을 놓고 국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법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다.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체육계에 만연한 체벌과 구타, 기합을 뿌리 뽑고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구타 방지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쇼트트랙 여성 국가대표선수 상습 체벌 파문을 계기로 구성된 국회 진상조사단의 중간 실태조사 결과, 체육계의 구타 관행이 국가대표와 프로선수 뿐아니라 초등학교 선수들에게까지 광범하게 퍼져 있어 이를 방지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게 안 의원쪽의 설명이다. 안 의원은 다음달 공청회를 열어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행 형법 등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구타 등 폭력에 대해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식이라면 “개그계 구타도 법을 만들어 방지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야 각당이 앞다퉈 추진 중인 ‘효도법’에 대해서도 “도덕적 가치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필우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6일 부모를 부양하는 사람에게 전기통신료·수도요금 지원, 주택 우선 분양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을 뼈대로 한 ‘효행 장려 및 지원법’ 제정안을 제출했다. 한나라당도 당 소속 황우여 의원이 다음주 발의할 예정인 비슷한 내용의 ‘효도 실천 장려 및 지원법’ 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황 의원 쪽은 “효도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유지와 통합에 필요한 가치를 장려·지원한다는 취지이므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3일 “도덕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게다가 지원 제도까지 도입한다면, 위선적 행위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다음달 제출할 예정인 ‘일제 침략 행위 왜곡 및 옹호 방지법’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언론이나 집회 연설 등을 통해 일제강점하에 벌어진 민족 차별 행위를 부인하는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순국 선열이나 애국지사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처벌하기 위해 친고죄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도 뒀다. ‘김구는 빈 라덴과 같은 테러리스트’ 등의 발언을 처벌하자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이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섬뜩하기조차 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 의원 쪽은 “굳이 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에도 유대인 학살 등 반인류범죄를 부정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다”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법의 구속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법은 기본적으로 규제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최소화하는 게 좋다”며 “다른 정책적 뒷받침 없이 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법 만능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인권 보호·반인류 범죄 방지 의욕과잉
“도덕적 가치 강제…법 만능주의” 우려
‘효도 장려법’, ‘친일망언 방지법’, ‘체육계 구타 방지법’…. 일부 국회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법안들을 놓고 국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법 만능주의’에 대한 우려다.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은 체육계에 만연한 체벌과 구타, 기합을 뿌리 뽑고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구타 방지법안 마련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말 쇼트트랙 여성 국가대표선수 상습 체벌 파문을 계기로 구성된 국회 진상조사단의 중간 실태조사 결과, 체육계의 구타 관행이 국가대표와 프로선수 뿐아니라 초등학교 선수들에게까지 광범하게 퍼져 있어 이를 방지할 법적·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게 안 의원쪽의 설명이다. 안 의원은 다음달 공청회를 열어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행 형법 등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구타 등 폭력에 대해 별도의 법 제정이 필요하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식이라면 “개그계 구타도 법을 만들어 방지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야 각당이 앞다퉈 추진 중인 ‘효도법’에 대해서도 “도덕적 가치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필우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 6일 부모를 부양하는 사람에게 전기통신료·수도요금 지원, 주택 우선 분양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을 뼈대로 한 ‘효행 장려 및 지원법’ 제정안을 제출했다. 한나라당도 당 소속 황우여 의원이 다음주 발의할 예정인 비슷한 내용의 ‘효도 실천 장려 및 지원법’ 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황 의원 쪽은 “효도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유지와 통합에 필요한 가치를 장려·지원한다는 취지이므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13일 “도덕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게다가 지원 제도까지 도입한다면, 위선적 행위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다음달 제출할 예정인 ‘일제 침략 행위 왜곡 및 옹호 방지법’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언론이나 집회 연설 등을 통해 일제강점하에 벌어진 민족 차별 행위를 부인하는 사람을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순국 선열이나 애국지사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처벌하기 위해 친고죄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 특례도 뒀다. ‘김구는 빈 라덴과 같은 테러리스트’ 등의 발언을 처벌하자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해서 이를 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섬뜩하기조차 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원 의원 쪽은 “굳이 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프랑스와 독일에도 유대인 학살 등 반인류범죄를 부정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다”며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법의 구속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법은 기본적으로 규제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최소화하는 게 좋다”며 “다른 정책적 뒷받침 없이 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법 만능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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