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조문위해
이재오, 한때 귀국 검토
이재오, 한때 귀국 검토
중국에 머물고 있는 이재오 한나라당 전 의원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한때 귀국을 준비했다가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은 1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전 의원이 오늘(17일) 조문을 가기 위해 귀국하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몇몇 언론이 이를 미리 알고 관심을 기울이자, 안 가는 쪽으로 다시 마음을 돌렸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이 전 의원은 ‘김수환 추기경이 민주화 운동의 길을 열어줬고, 나를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꼭 조문하고 싶다’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979년 ‘오원춘 사건’으로 김 추기경과 각별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군청에서 공급받은 불량 감자씨앗 때문에 농사를 망친 경북 영양 농민 오원춘씨가 피해보상운동을 주도하다가 납치됐던 일이다. 당시 김 추기경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위원회 사무국장이었던 이 전 의원에게 경북 영양군 가톨릭농민회 기도회에서 인권 문제를 강연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인 이 전 의원은 특강 직후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후 김 추기경은 이 전 의원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주고 영치금도 넣어주는 등 후원자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귀국 계획을 접은 뒤 자신의 팬클럽 ‘재오사랑’ 홈페이지에 “나라 안팎이 한참 어려울 때 추기경님께서 가심이 너무나 한스럽다. 남은 이들이 추기경님의 큰 뜻을 받들겠다”고 적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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