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까지 개성서 차관급 접촉…관계정상화 포괄 합의
아사히 “북-미 전화회담”
남북은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남북 차관급 회담을 열어, 북핵 6자 회담의 재개와 대북 비료지원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문제 등 다방면에 걸친 남북관계 정상화 문제를 협의한다.
출퇴근 방식으로 17일까지 이틀 동안 열리는 이번 차관급 회담은 지난해 7월 장성급회담 이후 10개월여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가 복원된 것으로, 6자 회담 재개에도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미국 정부 당국자 등의 말을 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간부가 최근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전화회담을 해 6자 회담 재개 문제를 협의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 대화국면을 열어가는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15일 “북쪽이 회담을 전격 제의한 것처럼 돼 있으나, 그에 앞서 5월 초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쪽 핵심 당국자에게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하는 대북 서한을 발송했다”며 “그 뒤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북쪽이 우리 쪽에 당국간 대화재개 의사를 전달해와 사전 협의 과정이 있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대북 비료지원 문제에 대해 ‘당국간 회담이 열리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겠다’는 기존 방침이 지켜질 것이라고 강조한 뒤, “(비료는) 육로로 지원하고자 하며, 철도로 수송하는 방법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차관급 회담을 계기로 장관급 회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 장성급 회담, 적십사 회담 등을 재개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포괄적인 협의를 벌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지난 11일 북한의 폐연료봉 인출작업 완료 발표 이후 뉴욕에서 북-미 전화회담이 있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진의를 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이 조지프 디트러니 대북특사를 북한 뉴욕대표부로 보내는 대신 전화회담을 한 것은 대화 자체를 양보로 보는 딕 체니 부통령 등 강경파를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각) 북한을 뺀 ‘5자 회담’의 필요성을 거론한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의 언급에 대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으나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교토에서 열린 한-일 외무장관 회담 때 일본으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고, “6자 회담 재개 길이 완전히 막힌 뒤에 별도 선택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4일 전했다. 중국도 5자 회담은 6자 회담을 무력화할 것이라며 반대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정인환 기자, 워싱턴·도쿄/박찬수 박중언 특파원, 연합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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