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사무처 직원들이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는 의원들 앞에 줄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 ‘직권상정’ 요구 연좌농성
여야 대표들의 ‘최종 담판’이 이뤄진 1일, 국회는 몸싸움이 벌어져 여야 의원들이 ‘119 구급대’에 실려가는 등 봄기운이 무색하게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저녁 7시30분께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형오 국회의장의 언론법 직권상정을 요구하며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본청에 들어오려던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 보좌진한테 목을 졸리다가 팔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민주당 쪽에선 차 의원이 먼저 보좌진을 밀치고 주먹을 휘둘렀다고 맞섰다.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도 구급차를 탔다. 한나라당 불법농성에 항의하던 서갑원 의원이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한테 떠밀려 허리에 부상을 입었다. 민주당 항의단이 찾아갔을 때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폭력 정당의 원내수석부대표 말을 들어보겠다”며 자극한 게 불씨를 더 키웠다.
국회 내 소음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화는 삐거덕 소리를 내며 이어졌다. 이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사전 조율에 나섰던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경제와 미디어법에서 1개씩만 쟁점이 남았다. 우리 손은 떠났다. 이제 대표들이 풀어야 한다”며 “대표들을 감금시켜서라도 문제를 풀겠다”고 말했다.
실무선에서 일정 부분 접점을 찾았지만, 회담장인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난 대표들은 맞잡은 손을 놓자마자 기싸움을 벌였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1월6일 여야 합의문만 지켜지면 염려할 필요가 없다. 국회의장은 야당을 세게 압박하고, 여당은 그런 국회의장을 심하게 누르고 있다”며 여당의 ‘합의 파기’와 ‘직권상정’ 시도를 비판했다. 그러자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미디어법은 합의처리 노력한다고 했는데, 상임위도 못 열게 해놓고 어떻게 노력하는가. (민주당은) 한 번도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며 야당의 버티기가 파행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표들은 이날만 세 차례 만남을 이어가며 밀고당기기를 했지만 얼굴을 찌푸린 채 끝났다. 회담 도중 박희태 대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다 민주당 쪽이 붙잡고 정세균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는 등 회담장 온도가 싸늘했다.
담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국회 본청 출입문엔 경찰들이 ‘병풍’을 치는 등 삼엄한 분위기가 걷히지 않았다. 지난 27일 민주당이 본회의장 앞에서 ‘본회의 취소 규탄대회’를 연 것과 관련해 출입제한 조처를 내렸던 국회 사무처는 규탄대회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이날까지 아무 설명 없이 본청 출입문 셔터를 내리고 경찰들을 계속 세워놓았다. 이런 탓에 담판이 결렬돼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본청 안으로 들어오려던 민주당 보좌진들이 경찰과 국회 경위들한테 가로막혀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보좌진들이 이날 밤 국회 1층 한나라당 대변인실 창문으로 국회 진입을 시도할 땐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송호진 성연철 기자 dmzsong@hani.co.kr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1일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점거농성에 대한 논쟁을 벌이다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송호진 성연철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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