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굳어지는 한-미FTA]
정치권에선 10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지명자의 발언과 관련해 여러 갈래 목소리가 나오면서 새로운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선제 비준론’을 여전히 고수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상황을 지켜보며 논의하자고 하는 것은 자주국가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라며 ‘4월 국회 비준’ 방침을 거듭 밝혔다.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커크 지명자의 발언은 (협정)내용이 미국에 불리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비준)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선 당혹스러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나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인 황진하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미국 대선 과정에서 협정 조정론이 나왔지만 오바마 행정부 출범 뒤에는 기존 협상을 존중하자는 게 대세였는데 커크 내정자의 발언은 이런 흐름과는 반대되는 것”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이날 외교통상부에 “미국 정부의 진의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국회 외통위 소속 한나라당 한 중진 의원도 “지금 4월 비준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오바마 정부의 뜻을 파악하기 위해 의원단을 미국에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 대책 후 비준 판단이 옳았다는 게 입증됐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에 “비준안 강행처리 방침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기 비준으로 문제를 신속히 풀 수 있다는 이 정권의 주장이 허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미국 상황을 보며 전략적이고 신중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이날 당5역 회의에서 “미국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비준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는데도 정부여당은 들은 체 만 체 해왔다”며 “정부여당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초근시증 환자와 같다”고 비판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불법 날치기로 외통위에 상정된 협정 비준안을 즉각 폐기하고, 협상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승근 이정애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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