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자리 추경’을 명분으로 내걸고 최대 29조의 슈퍼 추경을 짜고 있지만, 정작 여당에선 ‘일자리 견적’이 안 나와 한숨을 쉬고 있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라고 연일 정부에 요구하고 있지만, 시원스런 답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추경과 관련한 실무 당정회의(17일) 전날 밤까지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세목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은 이날 당정회의 자리에서도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평소 좀처럼 정부에 큰소리를 안 하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마저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학습보조 인턴교사제를 신설해 1만5천개를 만든다는데 도대체 어떤 교육을 시켜 현장에 투입할 것이냐, 학교별·지역별 배정은 어떻게 하느냐, 학습 부진아들에게 무슨 과목을 가르치느냐, 언제부터 인턴제를 실행할 수 있느냐, 구체적인 답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을 마련하려면 어떤 계층이 혜택을 보고,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 일자리인지 그런 점을 명시해야 하는데, 정부는 한달짜리 일자리도 1개, 1년짜리도 1개, 이런 식으로 수치를 나열하는 데 익숙하다”며 “준비가 안 된 채 서둘러 추경을 마련하다 보니 제대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탓”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정부 부처의 성과를 평가할 때, 예산 편성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연계시키는 감사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지방재정교부금을 삭감하는 등의 ‘채찍’을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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