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씨
노씨, 박 회장에 “도와달라”…봉하마을 창고서 돈받아 건네
대검 중수부장 “차라리 겨울이 따뜻했다” 고강도 수사 예고
대검 중수부장 “차라리 겨울이 따뜻했다” 고강도 수사 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치인 로비 과정에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노씨를 징검다리로 삼은 정·관계 로비가 추가로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의 조사 내용을 보면,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2005년 4월 당시 열린우리당의 공천을 받아 경남 김해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하게 되자 노씨를 찾아갔다. 이 원장은 지역 기반이 없이 전략공천을 받은 상태였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원장은 “선거자금이 부족하다”는 뜻을 노씨에게 전달했고, 노씨는 이 전 원장과는 일면식도 없던 박 회장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박 회장은 같은 달 20일 김해 봉하마을 저수지 근처 노씨의 자재창고 주차장에서 현금 2억원이 든 라면상자를 노씨에게 건넸고, 노씨는 이를 김해의 한 호텔 앞에서 이 전 원장에게 전달했다. 선거를 이틀 앞둔 같은 달 28일에는 저수지 근처에서 이들 세 명이 모인 가운데 현금 3억원이 이 전 원장에게 건네졌다. 이 자재창고는 노씨가 세종캐피탈 매각 로비 대가로 정광용(55·구속 기소)씨로부터 돈을 받은 장소이기도 하다. 검찰은 5억원 말고도 출처가 불분명한 또 다른 2억원도 박 회장이 자금원인지 조사하고 있지만, 이 전 원장은 “선거 자금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알지도 못하는 이 전 원장에게 선뜻 5억원을 건넨 점에 비춰, 선거 때마다 경남지역에 출마한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비슷한 방법으로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인규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 방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 나오는 “차라리 겨울이 따뜻했다”는 구절을 여러 차례 인용했다. 지난 겨울 진행된 1차 로비 수사 때보다 강도높은 수사를 될 것이라는 예고다. 그는 “대상이 누가 되든 멈칫거리는 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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