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3일 오전 부인 민혜경씨(오른쪽)와 함께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 김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오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동교동 방문에 “당 분열 안돼” 거듭 강조
정세균-정동영 ‘단독 회동’ 견해차만 확인
정세균-정동영 ‘단독 회동’ 견해차만 확인
약주까지 곁들인 3시간15분간의 비공개 만남. 양쪽은 “화장실도 가지 않고 단둘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고 전했지만, 서로 견해차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24일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만나 정 전 장관의 4·29 재보선 출마문제를 논의했다.
둘의 만남 직후 정 대표 비서실장인 강기정 의원과 정 전 장관 최측근인 최규식 의원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두 사람은 재보선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서로 입장을 충분히 말하고 들었다”며 “정세균 대표는 (출마포기를 결단해 달라는) 최고위의 의견을 전했고, 정동영 전 당 의장은 (출마를 바라는)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의원은 또 “정 전 의장은 귀국과 출마의 진정성을 설명했고, 정 대표는 (당을 먼저 생각하는) ‘선당’의 자세로 좋은 협력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만나는 장소도 언론에 함구한 채 독대했으나, 출마를 재고해 달라는 정 대표와 출마를 통해 당을 돕겠다는 정 전 장관의 뜻이 거리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파국을 피하기 위해 만남을 이어가기로 하는 등 타협의 여지는 남겨놓았다.
최규식 의원은 “정동영 전 의장은 25일부터 김원기 전 국회의장, 조세형 전 대표, 박상천 전 대표, 문희상 국회부의장 등을 찾아뵙고 당의 고충을 듣고 자신의 진정성에 대해 말씀드릴 예정”이라며 “정 전 의장이 원로들을 만나고 조만간 만남이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양쪽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해선 힘을 모아 대응하자는 데 공감했다고 측근 의원들이 전했다. 강기정 의원은 “엠비악법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권의 민주주의 후퇴, 남북 관계 파탄, 국정 전반의 실정에 대해 제동을 걸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동교동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귀국인사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정 전 장관의 출마 문제로 당내 갈등이 깊어지는 것에 대해 “당과 잘 협의해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라”며 “어떤 경우라도 당이 깨지고 분열되면 국민이 실망하고 당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고 배석한 박지원 의원이 전했다. 동교동 쪽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의 오늘 말씀은 정 전 장관이 출마하지 말라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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