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로비’ 사건 연루 의혹이 점점 짙어지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천신일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박연차-박진 소개…고려대 동기·대선때 교우회장
이상득 의원과도 친분…검찰 “정치인 연결 확인 안돼”
이상득 의원과도 친분…검찰 “정치인 연결 확인 안돼”
‘노무현의 남자’를 압박하는 검찰 수사망에 ‘이명박의 남자’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고려대 교우회장)도 검찰의 주목 대상으로 떠올랐다.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30일 수사 상황 브리핑에서 “(천 회장과 관련해) 의혹이 있는 점은 우리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천 회장은 지난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책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진 데 이어,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수사 선상을 오르내리고 있다.
박연차 회장한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박진 의원은 “지난해 3월 천 회장의 소개로 박 회장을 처음 만났다”고 주장했다. 외교통인 박 의원은 당시 박 회장이 주최한 베트남 관련 행사에서 천 회장의 부탁을 받고 축사를 했다고 한다. 이 자리를 계기로 박 회장의 돈 2만달러가 박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박연차 로비’ 수사에서 천 회장의 ‘역할’이 직접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7일 박 의원을 조사하던 검찰은 천 회장의 구실이 언론에 구체적으로 보도되자, 저녁 8시께 구치소에 있던 박 회장을 급히 불러내 박 의원과 예정에 없던 대질조사를 벌였다. 검찰이 ‘박연차 로비’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현 정권과 두터운 인맥을 맺고 있는 천 회장의 역할 규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 회장을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시절 알게 됐다”고 밝혔지만, 두 사람은 2006년 4월 한국야구위원회(KBO) 고문으로 선정돼 함께 위촉식에 참석한 인연 등에 비추어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을 공산이 크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에 두고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랐을 박 의원이 ‘표’와 무관한 행사에 참석한 것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박 의원이 천 회장의 부탁을 거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로, 50년 가까이 인연을 맺어온 최측근 인사다. 그는 2007년 대선 때 고대 교우회장을 맡아 동문의 지지를 모으는 데 앞장섰다. 포항에서 사업을 해온 천 회장은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도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한 뒤에도 천 회장을 청와대로 자주 불러 식사를 함께 한다고 알려져 있다.
천 회장은 ‘노무현의 남자’인 박 회장과도 끈끈한 연을 맺고 있다. 1997년 천 회장이 대한레슬링협회장에 오르자 박 회장이 부회장직을 맡으며 사업 외 활동을 도왔다. 2006년 박 회장이 인수한 휴켐스의 사외이사직을 천 회장이 수락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서는 천 회장을 고리로 현 정권의 다른 실세 인사들이 박연차 리스트에 엮였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천 회장이 최근 들어 청와대 출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도 박연차 수사와 관련해 천 회장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박 의원 말고) 천 회장이 박 회장과 연결해준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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