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12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에서 걷고 있다. 김해/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점점 치닫는 박연차 수사]
세 번째 글서 “근거없는 이야기들 그대로 보도”
“아내가 한 일 몰랐다…구차해도 사실대로 갈것”
세 번째 글서 “근거없는 이야기들 그대로 보도”
“아내가 한 일 몰랐다…구차해도 사실대로 갈것”
노무현 전 대통령이 12일 검찰 수사 이후 세 번째 글에서 짜맞추기 의혹까지 제기하며 ‘반격’을 선언했다. 이번 수사가 검찰과 전직 대통령의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어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누리집 ‘사람 사는 세상’에 올린 글에서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구차하다”면서도 “(그러나) 결국 사실대로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몰랐다니 말이 돼?’ 이런 의문을 가지는 것은 상식에 맞는 일”이라면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증거”라고 강조했다. 재임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한테서 돈 받은 사실을 ‘인지’했다는 증거를 대라는 요구다. 또 “언론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놓아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 소재는 주로 검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과 언론을 싸잡아 비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사에 대한 입장을 처음 언급했다. 이날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체포된 직후 “저의 집에서 부탁하고 그 돈을 받아서 사용한 것”이라며 부인 권양숙씨의 돈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겠다고도 했다. 이튿날에는 “저의 생각은 ‘잘못은 잘못이다’라는 쪽”이라면서도 “제가 알고 있는 진실과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프레임이 같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12일 세 번째로 올린 글에서는 반박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내가 먼저 돈을 요구하고, 나중에 박 회장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저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저는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회장이 검찰의 ‘의도’에 맞춰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이런 입장이 조카사위와 아내가 조사를 받고 나온 다음날 공표됐다는 점도 짚어 볼 대목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의 진술 말고는 검찰이 가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행간에선 주변인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소환하며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는 검찰에 대한 분노의 감정도 엿보인다.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 격인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박 회장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며, 사건이 불거진 이후 가장 분명한 어조로 검찰의 수사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정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박 회장의 일방적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만 가지고 영장을 청구했으며, 객관적 증거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반격할 시점’이라는 노 전 대통령과의 교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쪽의 대응에 곧바로 반응하지는 않았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글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진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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