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국회 예결위원장(왼쪽)과 우제창 민주당 예결위 간사가 23일 오전 국회 ‘예결특위 추경안 및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조정소위’에서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의 포스코 회장 선임 개입설 문제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우 간사는 “그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박 차장의 답변을 이 위원장이 나서 제지했다”며 이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박영준·천신일 ‘포스코 인사개입’ 파문
민주당, 진상조사위 추진…실세들 ‘인사농단’ 밝히기로
한나라 최고위원 “권력 눈치보는 검찰수사 심각한 문제”
민주당, 진상조사위 추진…실세들 ‘인사농단’ 밝히기로
한나라 최고위원 “권력 눈치보는 검찰수사 심각한 문제”
현 정권의 핵심 실세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민주당은 23일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정권 들어서 대표적인 특징은 권력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사적으로 변칙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진상조사위는 민간기업에 현 정권이 개인 영향력이 뒷받침한 사적 활동을 통해 개입했다는 것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최철국 의원이 단장을 맡고, 애초 이 문제를 제기했던 우제창 의원을 포함해 이강래·김재균 의원이 참여한다.
우제창 의원은 이날 <한겨레> 기자와 만나 “박영준 국무차장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과 만났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만난 날짜와 함께 동석했던 인물의 이름까지 알고 있다”며 “박 차장의 인사 개입은 어떻게든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차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이 회장과의 만남을 부인했다. 따라서 만약 진상조사위 활동 등을 통해 이 회장과의 만남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초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인사 농단’ 비난을 들으며 청와대 비서관 직을 물러났던 박 차장이 이후 민간기업 인사까지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박 차장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형님의 오른팔’로 통하고 있어, 자칫 이 의원에까지 불똥이 튈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천 회장의 이름이 이번 사건에서 또다시 튀어나왔다는 점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매우 가까운 사이인 천 회장은 최근 박 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박 회장 세무조사와 관련해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등 의혹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는 현재 검찰에 의해 출국금지된 상태다.
천 회장에 대한 각종 추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오자,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명박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그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3일 <불교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제창 의원의 폭로가 사실인지 알아봐야겠지만, 대통령의 친구라도 친구가 대통령이 되면 스스로 자중해야지 권력자가 되거나 날뛰고, 분수없이 여러 군데 개입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이 직계인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의원은 “박영준 국무차장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설은 이미 여권 안에서 몇달 전부터 잘 알려져 있었지만, 천 회장의 개입설은 처음 나온 것”이라며 “천 회장은 이미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엄정한 수사를 통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은 “정권 초반인 지금도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이 이렇게 불거지는데 임기 후반에는 더 엄청난 추문들이 터질 것”이라며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천 회장 주변의 의혹을 샅샅이 파헤쳐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도대체 대통령은 주변에 왜 이렇게 의혹이 많은 인물을 두고 있느냐”며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에 눈치를 살피는 검찰의 행태도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신승근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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